77억 최고가 아파트 `한남더힐`…입주민 절반 줄소송 왜?

  • 등록 2016-03-04 오전 4:56:37

    수정 2016-03-04 오전 4:56:37

3.3㎡당 7900만원 vs 2900만원 분양전환가 놓고 극한대립

입주민 285명이 참여해 소송 3건, 원고 소송가 1500억 넘어

시행사 “소송 입주민 보증금 못줘”, 법무법인 “입주민 손해 없다”

△국내 최고가 단지로 유명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 더힐’ 아파트가 입주민과 시행사 간의 분양 전환 가격에 대한 입장 차로 송사에 휩싸였다. 총 285가구가 참여했고 원고 소가만 1500억원이 넘는다. 한남 더힐 정문 전경 및 위치도.


[글·사진=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난해 2월 전용면적 244.75㎡형이 77억원에 팔려 전국 최고가 아파트로 등극한 ‘한남 더힐’(전용 57~240㎡ 600가구). 서울 강북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던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선 이 단지는 대기업 2·3세와 전직 장·차관, 탤런트, 중견기업 대표 등이 사는 고급 아파트다.

그런데 요즘 이 단지가 시끄럽다. 입주민 절반이 참여한 1500억원대 송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발단은 공급 시점인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행사는 당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민간 임대주택으로 이 단지를 공급했다. 2013년 분양 전환 시점이 도래했고 3.3㎡당 분양가격이 감정평가기관에 따라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고무줄’ 분양가 문제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말 입주민들은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양측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입주민 285명이 3건 연이어 줄소송

지난 2일 오전 9시 30분께 찾은 이 아파트는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단지 이곳저곳을 오가며 청소를 하는 관리직원만 눈에 띌 뿐 인적이 드물었다. 10층 안팎으로 지어진 야트막한 건물들 사이로 난 통행로와 차로 바닥은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이 깔끔했다. 입주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옅은 황토색을 띤 건물 외관 역시 마치 며칠 전 완공된 것처럼 말끔했다. 입주민 절반이 참여한 1500억원대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그 흔한 찬·반 현수막 하나 보이지 않았다. 후문 앞에서 만난 입주민 이모(46·여)씨는 “여기 사는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분들이라 서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며 “수백가구가 소송에 나섰는데도 시행사는 요지부동이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한남 더힐 입주민 285명이 시행사인 한스자람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은 모두 3건이다. 지난해 12월 10~11일 이틀간 274명이 두 건의 소송을 연달아 접수했고, 지난 1월 12일 노모씨 등 11명이 추가로 소장을 제출했다. 입주민들이 산정한 원고 소가(訴價)만 총 1521억 3260만원에 달한다.

소송의 쟁점은 적정 분양 전환 가격에 있다. 시행사가 제시한 분양 전환가는 3.3㎡당 최고 7944만원(전용 242㎡형 기준)으로 입주민이 요구한 2904만원과는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소송에 참여한 입주자들은 시행사의 분양 전환 가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민간 임대주택의 분양 전환가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소송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3건의 소송 중 곽모씨 등 입주민 27명이 참여한 사건만 오는 15일 변론기일이 잡혀 있고 나머지 2건은 재판 일정이 불투명하다. 그 사이 오모씨 등 8명은 마음을 바꿔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한스자람 측은 소송을 취하한 입주민에게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임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소송에 참여한 유명 컨설팅업체 대표(전용 233㎡형 거주)는 “처음에 임대 보증금으로 28억원을 냈고, 10% 정도만 더 내면 분양전환이 된다고 들었는데 63억원을 내라니 격차가 너무 심하다”며 “소송을 취하한 사람들까지 시행사가 보증금 반환을 거부한 것은 부실 운영으로 자금이 바닥났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분양 전환 강행” vs “증거 확보 자신”

한스자람 측은 임대 보증금 반환이 차질없이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정상적으로 퇴거 신청을 한 입주자에 대해서는 약 3000억원을 사전에 준비해 일정별로 전액 돌려줬다는 것이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입주자들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부터 한국감정평가협회가 새로 진행하고 있는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분양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한스자람 대표는 “그동안 이뤄진 감정평가가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작년 말부터 협회 주관으로 평가 작업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결과가 나오면 협회가 정한 가격으로 분양 전환할 예정이지만 소송 참가자들은 법원 판결에 따를 뿐 별도의 협상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정평가 결과가 기존 분양 전환 가격보다 낮게 매겨지더라도 이미 분양을 받은 입주민에게는 차액을 돌려줄 수 없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입주민들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정률 측은 한스자람이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진행하는 감정평가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한스자람이 통상 3.3㎡당 400만원대인 아파트 건축비를 두 배가 넘는 936만원까지 부풀리고 특수관계인들에게 고액으로 분양 전환해 거래 사례를 조작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률 측은 이달 중 입주민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그동안의 증거 확보 상황 등과 향후 소송 일정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정률 이대순 변호사는 “한스자람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분양 전환 가격 책정 관련 증거 자료 수집이 마무리되면 소송 절차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설령 시행사가 파산하더라도 입주민들은 법원이 정한 가격으로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분양 전환을 포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