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식 세대에 전가하는 공무원연금 부담

  • 등록 2015-04-09 오전 3:00:01

    수정 2015-04-09 오전 9:45:20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14 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를 보면 공무원연금 개혁이 왜 시급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나랏 빚은 1211조 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1117조 9000억원에 비해 무려 93조원이나 늘었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재정이 탄탄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배경 덕분이었다. 그러나 점차 중앙·지방정부의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것이 문제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느라 나랏빚이 늘어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욱이 국가 부채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공적연금 지출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은 심각하다. 부채 증가분 93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다. 연금충당 부채는 공무원과 군인 퇴직자가 죽을 때까지 정부가 지급을 약속한 돈이다. 국민 1인당 2400만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가 공무원과 군인들의 노후 보장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연금개혁안은 여야 간 입장 차이로 1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여야가 국가재정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의 주판알 튕기기를 고집할 경우 국가재정이 파탄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연금개혁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가 채무는 후세에 대한 부채나 마찬가지다. 서로 과도하게 누리려 할수록 자식, 손주 세대의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라면 국민 1인당 부채가 다시 3000만원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때쯤이면 국가 파산 얘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공무원과 군인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 후세들에게 무거운 부담이 상속된다는 자체가 우리 시대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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