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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다임러 등 글로벌 자동체 제조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부터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수익 창출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대 고객 잡은 삼성SDI…시장 석권 자신
30일 시장조사업체 B3 등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올해 54억8000만 달러(6조2000억원)에서 2020년 182억4000만 달러(20조5000억원)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SDI(006400)와 LG화학(051910)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부터 생산역량 확충과 제품 기술력 강화를 통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조남성 사장의 단독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반도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세웅 부사장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경영 효율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전략마케팅팀장 등 요직을 거친 정 부사장은 반도체 분야의 성공 DNA를 이식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도약을 이끌어야 할 중책을 맡았다.
정 부사장은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그동안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충전 후 이동거리와 충전 인프라, 충전 시간, 가격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임계점을 넘어서면 빠른 속도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시장 전망을 내놨다.
삼성SDI의 최대 강점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BMW에 배터리를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i3와 i8에 이어 향후 개발되는 전기차에도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될 전망이다. 클라우스 드래거 BMW 사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삼성과 장기적인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함께 미래의 배터리도 개발 중”이라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삼성SDI는 올해 말 중국 시안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며, 지난달에는 마그나 슈타이어의 전기차 배터리 팩 자회사도 인수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생산량을 확보했으며, 배터리 셀과 모듈, 팩으로 이어지는 일괄 생산 체계도 갖추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내다보고 초기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이제 생산 역량과 기술력은 충분히 확보된 만큼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화학, 거래선 다변화로 미래 준비
삼성SDI보다 시장에 먼저 뛰어든 LG화학은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다양한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다임러그룹과 전략적 협업 관계를 구축한 LG화학은 향후 메르세데스 벤츠 등 다임러그룹의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도 사업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독일 슈트트가르트 벤츠 센터에서 열린 ‘서플라이어 데이(Supplier Day)’에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이 행사는 다임러그룹의 핵심 부품 공급업체만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다임러그룹을 새로운 고객사로 추가하면서 브랜드 가치 기준 상위 20개 중 13개(65%) 자동차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폭스바겐, 포드, 현대차(005380), 르노, 아우디, 쉐보레, 기아차(000270), 다임러, 제너럴모터스(GM)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들은 삼성SDI와 거래하고 있는 BMW에 비해 전기차 생산량이 적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생산량을 늘려 나갈 수 있다.
거래선 다변화에 성공한 LG화학은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배터리 공급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자동차 시장에서 LG화학이 10여년 만에 이뤄낸 성과가 작지 않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해 LG화학이 곧 전기차 배터리의 상징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