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백화점의 과도한 '동물원 마케팅' 유감

  • 등록 2014-07-07 오전 6:00:00

    수정 2014-07-07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이 ‘동물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안전’ 문제가 대두된다. 다음은 ‘동물학대’ 논란이다.

백화점 내 동물원은 지난 2012년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와 여론에 밀려 주춤했다. 이후 지속되는 내수침체에 기대 이하의 실망스런 실적이 계속되자 속속 재등장하고 있다. ‘아이가 원하면 부모도 따라온다’는 단순 마케팅 이론에 착안한 것. 쉽게 접할 수 있는 토끼, 닭, 오리 등 애완동물은 기본이다. 원숭이, 미니캥거루, 비단뱀, 사막여우, 새끼 반달곰까지 진짜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도 있다.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마리오아울렛도 최근 매장 야외공간에 동물농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이 바로 앞에 아울렛을 열자 고객을 묶어놓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돼지 6마리와 토끼 13마리 등으로 규모는 작지만 총 3곳에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부산 광복점과 청량리점 등 2곳에 미니동물원을 운영 중이다. 이 백화점은 동물원을 운영하면서 먹이주기, 사진촬영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백화점 측은 “도심 속 고객들에게 다양한 쉼터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정작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세균 번식이 쉬운 여름철인데다 안전관리도 소홀하다. 대부분 백화점 사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동물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지난 5월에는 부산 해운대 NC백화점 건물12층에 위치한 실내 동물원에서 새끼곰 한 마리가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지던 중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백화점 입구까지 내려와 자칫 큰 피해를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동물 학대라는 얘기도 나온다. 백화점은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데다 조명이 밝아 동물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전시 과정에서 사람 손을 타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은 폐사율도 높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규모가 큰 광복점은 인근의 동물병원과 동물조련 이벤트사와 연계해 한 달에 2번씩, 총 4차례에 걸쳐 동물들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여론 등의 우려에 따라 규모를 축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나름대로 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자연을 배경으로 한 야외 동물원만큼은 아니다.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단 한 번도 초원을’ 눈에도 담아보지 못한 네 발 동물은 ‘동물원’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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