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전당포·위장 렌트 등 '변종 사채업자' 기승

전당포로 등록해 저신용자·외국인 관광객 대상 '금(金)깡'
금융당국 "정상적 행위 아냐..면밀히 살펴볼 것"
  • 등록 2014-03-14 오전 6:00:00

    수정 2014-03-14 오전 6:00:00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서울 종로3가에서 20년 넘게 금은방을 하는 김승신(58·가명) 씨는 지난달 전당포(대부업자)로 등록하기 위해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사전 교육을 받았다.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나 관광차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등을 상대로 이른바 ‘금(金)깡’을 해왔는데 대부업자로 등록하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금은방에서 카드결제를 통해 금을 판 뒤 곧바로 금을 담보로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실상 금을 파는 시늉만 했지 카드 결제를 이용해 현금을 지급하는 ‘카드깡’을 하는 셈이다. 김씨는 대신 6~10%의 수수료를 챙긴다.

13일 대부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부업 최고이자율 인하와 금융사 정보유출 사태의 여파 등으로 대부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이 같은 ‘변종’ 사채업자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오는 4월부터 인하된 최고이자율이 적용되는 데다 최근 정보유출 사태로 대부중개업자들이 타격을 받아 중소 대부업체들이 줄줄이 업계를 떠나는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등록 대부업체 대신 사채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사채시장으로 숨어들어가는 업자들 역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씨의 경우처럼 사실상 불법사채를 하면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사례들이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씨의 경우 금을 담보로 돈을 내주면서 대출계약서를 쓰면 대부거래 계약으로 취급될 여지가 있다. ‘금깡’은 수년전부터 암암리에 있어왔는데, 김 씨처럼 대부업자로 등록한 사례는 요즘 들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대부업 최고이자율 인하 등으로 업계가 불황을 맞자 김씨와 같은 ‘위장 전당포’ 영업을 하는 이들이 증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사채업자의 경우 실질적으로 대부 영업을 하면서도 정식 ‘대부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렌트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돈을 빌려준 채무자의 가구를 싼 가격에 샀다는 계약서를 쓴 뒤 이를 다시 채무자에게 빌려주는 형식으로 다달이 고가의 렌트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 최고이자율 위반 소지를 피해가기 위한 수법이다.

‘변종’ 사채업자들이 기승을 부리자 금융당국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같은 사례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어 일괄적인 단속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신고된 사례가 없어 구체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정상적인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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