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들어 이 회사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올들어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본격화하자 원화가치가 하락세로 반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율상승은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여 매출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이 회사는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으로 세계 경제회복이 본격화되면서 해외매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수출은 지난해 대비 1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자신했다.
반면 미국으로 제지를 수출하는 울산 소재 B사는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사업전망을 A사와 정반대로 보고있다. B사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올해 미국경기가 위축돼 수출이 지난해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회사는 양적완화 축소를 미국경제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 경기불황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악재’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계속 강화되면 미국내 시장수요가 줄어들게 돼 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더욱 힘들어 질것”이라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둘러싸고 국내 기업들의 예상과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국내기업들이 이 정책의 여파를 피부로 체감하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월과 이달들어 각각 100억달러씩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한 바 있다.
수출경쟁력이 있는 업종에 속해 있거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은 양적완화 축소가 세계경기 회복을 알리는 계기이며, 앞으로 수출전선에 파란 불이 켜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여기에 원화절하로 인해 가격경쟁력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전국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기업경영 환경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그대로 나타났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Tapering)가 기업경영에 별다른 영향이 주지 못하거나 긍정적(13.2%)이라고 전망하는 기업이 절반(49.5%)에 가까웠다. 반면 미국 테이퍼링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 또한 절반(50.5%)을 차지했다.
미국 테이퍼링이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은 수출 증가(52.3%), 경제 불확실성 해소(26.5%), 대외투자 수익개선(14.4%) 등을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본 기업들은 그 이유로 경제불안 심리에 따른 내수위축(32.5%)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어 미국 경기위축(27.7%), 물가·원자재가 부담 증가(20.4%), 신흥국 경제불안(12.3%) 순으로 응답했다.
조동철 대한상의 경제분과 자문위원(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앞으로도 테이퍼링이 지속되겠지만 신흥국과 국내경제 간의 펀더멘탈 차별성이 부각돼 우리 경제에 미치는 단기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세계경제에 테이퍼링이 불안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금리도 언젠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