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과 수사 당국에 따르면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KT ENS 직원에 의한 휴대폰 대출사기 피해액은 300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대출한도액(크레딧라인)은 4000억원선이었지만 대출 실행규모는 3000억원 선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 금융사는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3곳 등을 포함한 16개사로 나머지 조사를 받지 않은 9개 저축은행들까지 수사가 마무리될 경우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금융권 여신 담당자들은 이번 대출사기 규모가 회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들어 매출채권의 허위성 여부와는 별도로 여신 심사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휴대폰 단말기 매출채권 만기는 2년 내지 3년이지만 월 상환 구조이기 때문에 가중평균 만기는 길어야 15개월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은행들의 총대출약정 규모가 같은기간 KT ENS의 매출액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많은 대출을 실행한 하나은행의 한도약정 규모는 3400억원에 달한다. 신디케이트 딜을 수행한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한도는 각각 500억원씩이다. 이들 시중은행만 합쳐도 4400억원 규모다.
이번 KT ENS의 경우 은행 일선 지점에서 수 백에서 수 천억원대 자산 유동화를 실행한 점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이번 대출 사기에 활용된 ABL(자산유동화대출)은 ABS(자산유동화증권)과 달리 공시의무가 없는데다 일선 지점은 본점에 비해 서로 다른 금융기관들끼리 정보 교류 기회가 적은 편이다.
가장 많은 대출을 실행한 하나은행은 여신 절차가 농협이나 국민은행보다 훨씬 간단하다. 하나은행은 심사자격을 갖춘 RM겸 지점장의 전결로 투자 및 여신 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다. 이번 KT ENS건의 경우 규모가 커 여신심사위원회를 거쳤지만, 농협이나 국민은행이 심사부를 거친 것과 달리 홍대입구역 지점장이 심사까지 도맡았다.
하나은행은 이번 KT ENS 간부의 수천억원대 대출 사기 사건에 휘말리면서 키코(KIKO)사태이후 최악의 금융사고를 당해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개인의 사기 사건이라고 규정하기엔 대출 규모가 큰만큼 KT ENS 및 은행의 내부 공모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금융당국 및 경찰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감사 결과에 따라 은행 임직원에 대한 대규모 문책 가능성까지 대두될 전망이다.
경찰은 또 이번 사건의 주도자로 알려진 KT ENS 부장 김모 씨 외 KT ENS와 은행에 공범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자금 추적에 나설 계획이다. 만약 KT ENS나 금융회사의 전·현직 직원이 연루된 조직적 범행으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역시 KT ENS와 협력업체의 자금흐름과 은행의 통상적인 업무 절차를 고려하면 다른 조력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점검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놓고 대출 심사 서류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내부 공모 가능성 등은 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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