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울타리만 치면 돈이 모이는 사업’. 아파트 개발사업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이 말은 시장 호황기에 국내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급에 열을 올린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주택 재고량이 많이 부족했던 터라 아파트처럼 대량 공급이 가능한 주택 개발사업은 돈다발을 긁어모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됐다. 이 과정에서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선분양’이었다. 건설 계획이 마련되면 우선 입주자들을 끌어모아 건설비용을 마련한 뒤 집을 짓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주택법 개정으로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이후 주택사업에 뛰어드는 업체 수는 우후죽순 늘어났고,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데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하지만 시장 침체기에는 용인 공세동 대주 피오레 아파트처럼 미분양 급증과 업체 부도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 건설 자금 조달이 힘들어져 부도 위기에 내몰리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분양 계약자들도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떼일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델하우스와 실제 건설된 모습이 달라 허위·과장광고 등의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투자에서 실수요 위주로 재편된 현 시점이 후분양제를 재추진할 적기로 보고 있다. 주택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선분양에 따른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후분양 활성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데다 대량 공급이 가능한 택지도 크게 줄면서 수요자가 살 집을 고를 수 있는 후분양 방식이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후분양을 위한 다양한 개발 방식과 자금 조달 기법에 대한 연구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