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미소'의 비밀, 가속기가 밝혔다

  • 등록 2013-05-23 오전 6:00:00

    수정 2013-05-23 오전 6:0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모나리자’는 특유의 신비한 미소로 유명하다. 다빈치는 색과 색 사이의 경계선을 흐리게 처리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개발해 그림을 그렸다. 안개처럼 흐릿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카락의 절반가량인 4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덧칠을 최대 30겹까지 칠한 것이다.

그러나 다빈치의 기법을 밝혀낸 것은 문헌이 아니라 방사광가속기 기술이다. 유럽싱크로트론방사선연구소(ESRF)는 지난 2010년 ‘X선 형광분광 분석법’을 통해 모나리자의 입가에 겹겹이 칠해진 붓질을 추적, 신비한 미소의 본질을 규명해 냈다.

ESRF는 앞서 2008년에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함께 그렸던 ‘Patch of Gass’ 밑에 숨겨진 여성의 초상화를 찾아내는데도 성공했다. 고강도 X선으로 숨겨진 그림을 두가지 종류의 금속 원자를 활용한 2차원 지도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처럼 방사광가속기는 역사적 유물에 대한 실체 규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생명공학, 신약개발, 각종 산업 등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사랑의 묘약’ 발기부전 치료제가 체내에서 어떻게 효능을 나타내는지도 방사광가속기 덕분에 원인을 규명할 수 있었다. 국내 바이오벤처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003년 비아그라 등 3종의 치료제가 우리 몸의 ‘포스포디에 스터라제’라는 질환 단백질과 결합해 효험을 낸다는 사실을 밝혀내 그해 ‘네이처’ 9월호 첫째주호에 게재하기도 했다.

특히 예전에는 질병이 발생하면 이에 맞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각종 화합물을 결합한 뒤, 이를 시험을 통해 정상적인 약의 기능을 할 수 있는지 토끼나 쥐를 통해 실험했다. 그러나 방사광가속기가 만들어진 뒤부터는 방사광으로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찾듯 질병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신약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연구팀은 2008년 방사광을 이용해 머리카락으로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모발이 X레이에 노출되면 방사선이 모발을 형성하는 알파-케라틴에 의해 특정 패턴을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부는 2009년부터 50세 이하 69세 이상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250달러를 내면 머리카락으로 이 검사를 실시해 주고 있다.

앞으로 물질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중이온가속기가 구축되면 방사광가속기로 하지 못했던 각종 연구와 발견은 더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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