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환율위기 극복, 도요타에 물어봐(?)"

엔고 극복 글로벌 1위 복귀 도요타 '해법'에 주목
자동차산업硏 "해외생산 확대·자국공장 경쟁력 강화해야"
  • 등록 2013-05-22 오전 5:30:09

    수정 2013-05-22 오전 5:30:09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현대자동차의 울산공장이 지진 피해를 입고,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에 따른 불매 운동이 전개된다면?’

‘원고엔저’라는 위기경영에 직면한 현대·기아차가 해외생산 확대와 자국 공장 경쟁력 강화를 병행한 ‘도요타 모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08년말부터 4년간 이어진 엔화강세와 2010년 수백만대에 달하는 북미의 대규모 리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그러나 도요타는 이를 딛고 지난해 975만대를 판매하며 불과 2년 만에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로 복귀했다. 영업이익도 5년 만에 1조엔을 다시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엔저’ 효과가 일부 반영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위기관리 시스템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RI)는 21일 도요타가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한 배경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도요타와 비슷한 환경에 직면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이를 참고해 전략을 다시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근 30년 도요타 국내외 생산량 변화 추이. KARI 제공
해외생산 확대와 자국 공장 경쟁력 강화 병행

도요타가 환율과 자연재해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내세운 해법은 ▲해외 생산비중 확대 ▲자국 생산 경쟁력 강화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 회사는 1985년 이후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치솟자 해외생산 비중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1985년 4%에 불과했던 해외생산 비중은 26년 후인 2011년 60%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달러·엔 환율은 239엔에서 80엔으로 하락했다.

해외생산 비중 확대전략은 환율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일본에서 빈발하는 자연재해와 관세장벽을 포함한 각국의 보호무역을 극복하는 역할도 했다.

이와 함께 도요타는 일본 내 공장을 소규모 고효율 공장으로 변모시켜 30여년째 자국 내에서 350만대 전후의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과거의 대규모 설비를 10만~20만대 수준의 소규모 공장으로 바꿔 생산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효율은 높여 수익성을 유지했다.

도요타는 자국 모공장과 자공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해외공장에 문제가 생기면 자국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식의 ‘글로벌 링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요타의 국내 공장의 생산량은 이로 인해 매년 들쭉날쭉하다. 소형차 ‘비츠’를 생산하는 일본 다카오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최저 7만7000대에서 12만대 사이를 나타내고 있다.

서영호 KARI 연구위원은 “도요타가 엔화 강세와 일본 대지진 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것은 일본내 생산체질을 높여 공급망 단절을 신속하게 복구하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글로벌 생산전략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도요타 글로벌 링크 시스템 사례. KARI 제공
현대·기아차 내수 생산 유연성 남은 과제로

현대·기아차도 이미 상당 부분 이 같은 글로벌 연계 체제를 구축했다. 내년초 기아차(000270)의 중국 3공장이 완공되면 총 생산가능 대수 763만대 가운데 54%인 413만대를 해외공장에서 생산하게 된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1분기 실적발표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환율 영향은 제한적이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도요타와 같은 글로벌 링크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넘어야 한 난관도 많다. 무엇보다 노조의 반발을 감안할 때 핵심인 유연한 내수 생산은 도입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대차(005380)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 지난 3월부터 11주째 울산공장 등의 주말특근이 중단돼 대규모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해외공장의 평균 HPV(1대를 생산하는 시간)은 18.6시간으로 단축된 것에 비해 국내 공장은 여전히 30시간대로 세계 꼴찌 수준”이라며 “해외 공장의 가동률을 높임으로써 부족한 글로벌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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