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장침체 진입"..손성원 교수가 본 글로벌경제

美 소비부진-수출둔화 우려..연준, QE3 꺼낼듯
中, 수출부진-집값버블-지방정부 부채 `3대 악재`
유로존 `도미노` 본격화..위기해결 오래 간다
  • 등록 2012-08-10 오전 3:58:07

    수정 2012-08-10 오전 3:58:07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경제학자인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 침체기(Growth Recession)에 진입했다며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악영향을 우려했다.

유로존도 위기의 도미노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어 각국 정부들이 신속하게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만큼 위기 해결에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그에 비해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었지만, 연방준비제도(Fed)는 결국 3차 양적완화(QE3)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망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손 교수로부터 글로벌 경제 전망을 들어봤다.

◇ “美 소비-수출 우려..연준, QE3 꺼낼듯”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았다. 손 교수는 민간소비 부진과 수출 둔화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회복과 부동산경기 반등이라는 호재가 이를 어느정도 상쇄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과거 경기 회복기에 비해 더 큰 성장 기여도를 보이며 효자 노릇을 한 미국 수출은 앞으로 둔화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가 동반 둔화되면서 실제 수출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으며 향후 연준의 3차 양적완화가 실시돼도 달러화는 강세로 갈 것이라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점쳤다.

소비에 대해서도 “위기 이후 중장년층이 은퇴를 늦추고 젊은 층 취업이 줄어들면서 소비를 주도해온 젊은 층 지출이 크게 줄었고, 중장년층도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로 소비에 극도로 신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교수는 “최근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화로 인해 미국내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고 하이테크 제조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건설과 모기지, 주택용 가구 등 관련산업을 포함해 전체 고용의 8분의 1를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업이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는 점도 향후 성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교수는 연준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할 것으로 봤다. 그는 “정치적인 부담이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약화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초과지준 금리 인하와 재할인 정책 등과 함께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며 “무엇보다 벤 버냉키 의장이 역대 어떤 의장들보다 적극적인 성향인데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부양에 나서는 상황에서 홀로 가만있긴 힘들 것”이라고 점쳤다.

◇ “中 성장침체 진입”..경제의 3대 악재는

손 교수는 미국에 비해 중국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이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안정되려면 7~8%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필요한데, 현재 중국 정부에 따르면 6% 정도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며 “그러나 일정 부분 당국이 가공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은 4%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워낙 규모가 큰 만큼 전체적으로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를 말하는 건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헬스케어나 소비, 교육 등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설비투자나 부동산은 경착륙을 경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이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과 수출 부진, 지방정부의 부채 확대를 중국 경제가 직면해 있는 3대 악재로 꼽았다.

손 교수는 “유럽과 미국 의존도가 높은 중국 수출은 이들 경제권의 경기 침체로 이미 둔화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부동산 문제인데, 정부 발표와 달리 주요 대도시에서 집값이 이미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건물들의 공실률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규제 강화를 감안하면 실제 부동산 경기 하락은 아주 가파른 셈”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지방정부들의 부채도 문제인데, 이미 그 수준이 GDP대비 25%를 훌쩍 넘었다”며 “경기 침체에 지방정부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사회기반시설 등에 투자해왔는데, 이는 2~3년후 중앙정부는 물론 국책 은행들에게 큰 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유로존 위기 오래간다..결국 붕괴돼야”

그는 또 유로존 문제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문제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에서 시작된 구제금융의 도미노 현상이 스페인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제규모가 큰 이탈리아는 물리적으로 구제금융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손 교수는 유로존의 위기 상황이 아주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유로존이 위기 해결에 일사분란하게 나서지 못하고 있고, 특히 금융산업이 관련된 위기는 리레버리징 등으로 정상화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유로존의 GDP성장률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손 교수는 “유로존이 살기 위해서는 유로존이 붕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정치적 이유가 크다”며 “그리스를 시작으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긴축 노력을 벌이고 있는데, 국민들의 반발로 인해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아직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 정치권들은 이런 긴축을 밀고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나는 애초에 유로존 내에 남부 유럽국가들을 포함시킨 원죄 때문이라는 것. 손 교수는 “남부 유럽국가들을 포함하는 한 유로존이 조금씩 고쳐가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봐야 시간만 낭비할 뿐이며 이 시간동안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만 커질 것”이라며 이들 국가가 탈퇴하며 유로존이 붕괴되는 양상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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