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TA 효과 삼키는 게 수입다리미 뿐인가

  • 등록 2012-05-22 오전 7:00:58

    수정 2012-05-21 오후 6:34:1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2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테팔, 로벤타, 필립스 등 유럽산 전기 다리미가 국내에서 수입원가에 비해 턱없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소비자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유럽 브랜드 다리미의 경우 평균 수입가격은 3만6600원이었지만 백화점이나 오픈마켓 등에서는 8만4027원에 판매됐다. 부가세를 포함해 소비자들이 최종적으로 지불하는 가격은 9만2430원이었다. 수입원가에 비해 평균적으로 2.5배 가량 높은 값을 내고 유럽산 수입 다리미를 사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유럽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폐지됐음에도 한국 소비자들은 계속 봉노릇을 해 왔다. 수입 다리미에 붙는 8%의 관세가 없어져도 수입업자와 중간 유통상은 관세철폐 효과를 소비자에게 돌리지 않고, 자기 호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물건을 수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의 유통수익률이 129.6%에 달했다.

관세 폐지가 고스란히 수입업자 이익으로 이런 결과는 공정위와 소비자원이 공동조사한 FTA 가격정보 제공 1회 보고서의 내용이다. 비단 다리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 조사 결과만 봐도 이탈리아 현지에서 17만원대에 팔리는 유모차가 국내에서는 42만원대에 판매됐다. 한·칠레 FTA로 관세가 폐지된 칠레 와인도 국내 소비자들이 현지 가격의 3~4배를 주고 사먹어야 했다. 샤넬과 루이뷔통 등 유럽 명품들은 FTA를 비웃듯 잇따라 가격을 올리며 유독 한국에서만 배짱장사를 하기도 했다.

FTA 효과를 수입·유통상들이 가로채고, 소비자들은 바가지만 쓰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된다. 앞으로 당국이 다리미뿐 아니라 프라이팬, 위스키 등 FTA 관세 인하보다 가격 하락이 미미한 품목을 중심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하니 철저히 조사하길 기대한다. 늦었지만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사전에 수입 유통구조 개선에 힘써야  FTA에 따른 소비자 편익 문제가 그동안 줄곧 제기돼 왔고,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과 엄중한 단속 등을 약속해 왔음에도 이같은 현상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문제다. 정부당국이 소비자 편익 문제를 사후약방문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 차원의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EU, 미국에 이어 중국과의 FTA까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FTA 효과를 선전하는 데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FTA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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