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부자 감세보다 서민 주택 공급 늘릴 때다

  • 등록 2012-04-19 오전 7:00:58

    수정 2012-04-18 오후 6:02:08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9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새누리당이 18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참여정부때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2채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가 집을 팔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50~60%의 높은 세금을 매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경기가 침체되자 2009년부터 양도세 중과 적용을 유예해 왔다.    유예 기간은 올해말로 끝나는데, 새누리당은 24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이 제도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돼,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이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장만하기가 지금보다 수월해진다.     거품 덜 빠졌는데 인위적 부양은 문제 물론 지나친 부동산 침체는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정부·여당의 노력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도 효과가 없었는데 폐지한다고 거래가 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가격 폭등의 상투에서 강력 규제를 취하고, 침체가 가속화되면 규제를 모두 풀어 또 가격 폭등을 초래해 왔다. 지금은 저금리 기조속에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쓰듯 내놓는 규제 완화가 투기 심리로 연결될 개연성은 언제든지 있다. 거품이 제대로 빠지기도 전에 적극 규제완화에 나서면 새로운 거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세계적 추세로 우리나라만 겪는 일이 아니다. 금융위기 속에서 홀로 고성장을 해온 중국도 대출규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빼고 있다. 투기와 버블의 부작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도 금융위기후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이제서야 겨우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싼 주택 대량 공급 기회로 활용해야 부동산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수의 서민들에게 집값은 여전히 비싸고, 전·월세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양도세 중과 폐지나 투기지역 해제가 당장 시급하지는 않다. 오히려 집값 거품을 빼고, 저렴한 공공 아파트 공급과 전월세 상한제 등으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주택을 매입해 싸게 전셋집을 공급하는 정책도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좋은 기회다. 정부와 여당이 할 일을 찾아서 하지 않고 집값을 올리는 데만 나설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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