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 한방(韓方) 외면 알고보니..복지부 탓?

한의원.한방병원 이용, 74%가 40대 이상 중장년층
현대병 주된 치료 수단 아닌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
  • 등록 2012-01-13 오전 6:00:00

    수정 2012-01-12 오후 6:59:16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13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한방(韓方)이 20·30 세대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의원마다, 의사마다 처방이 다른데다 처방명도 공개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기술 발전에 따라 갈수록 첨단화, 체계화하는 양의학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진료 가능한 질환도 한정적인데다 최근 들어 한약재 중금속 논란까지 일면서 ‘영리한’ 젊은 세대들이 더욱 한방 치료를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한의원 이용, 74% 중장년층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25일부터 9월30일까지 한의원, 한방병원 등 한방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 5507명 중 40·50대가 43.5%, 60대 이상이 30.5%로 4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74%를 차지했다. 질환별로 요통이 1566건(12.89%)으로 가장 많았고, 근육 부상 1104건(9.08%), 관절염 1089건(8.96%), 허리 삠 1056건(8.69%)의 순이었다.

곽숙영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노년층은 근골격계 질환에서 한방 치료 효과 높다”며 “한방 치료를 이용하던 습관도 또다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곽 과장은 이어 “반면 젊은층은 신뢰도 부족, 한약재 중금속 검출에 따른 불신, 고가의 치료 비용 때문에 한방을 멀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약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몰라’

20·30 세대 젊은이들이 한방에서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은 몇가지로 집약된다. 약을 복용하면서 정확한 성분을 알 수 없다는 점은 환자들의 불신을 커지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또 진단이 표준화하지 않은데다 치료 기술 적용도 환자마다 달라 한방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방은 질환에 대한 기본 처방이 있고 환자의 나이, 체질에 따라 약재를 가감하는 형식으로 처방된다. 하지만 한의사들이 한방 치료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맞춤형 치료’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자칫 ‘못믿을 치료’로 변질된다.

복지부는 이같은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한의약 분업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김용호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양방처럼 한방도 의약 분업이 되면 한의사의 처방이 공개된다”며 “중장기적으로 한의약 분업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애매모호한 해결책을 내놨다.    ◇ 언제까지 보조 치료 용도만

치료 가능한 질환이 극도로 제한받는 점도 곧잘 지적되는 문제다. 서병관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침구과)는 “근골격계 질환이나 중풍을 제외하고, 현대인의 질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암이나 기타 성인병 분야에서 한방을 주된 치료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 중증 질환 치료의 경우 그 정도는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일반인들도 한방을 비과학적이라며 중증 질환의 주된 치료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인식 탓만으로 돌리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양방에서는 암이나 기타 중증 질환의 치료법을 정할 때 해당 치료법의 치료 효과를 증명하는 논문을 근거로 한다. 한방은 치료법의 근거로 삼는 관련 논문이 턱 없이 모자란다. 교수진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서 교수는 “이번에 실시한 복지부의 조사는 한의학 분야에서 통계청이 승인한 최초의 국가 통계였다”며 “양방 분야에 수많은 국가 승인 통계가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만큼 학계 뿐만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갈수록 뒷걸음질치는 복지부 정책

복지부와 식약청은 젊은이들이 한방을 외면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4월부터 모든 한약에 대한 잔류 농약 중금속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표면상으로는 문제될 게 없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희한한 논리가 적용된 정책이다.

김용호 한의약정책관은 “한약에 중금속이 많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한약에 중금속이 실제로 함유돼 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식약청의 한약재 중금속 기준이 너무 엄격했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4월부터 전체 한약재를 대상으로 실시할 잔류 농약, 중금속 검사에서 수은·납·카드뮴·비소 등 4가지 유해 중금속에 대해서만 검사하고 중금속 검사 기준도 완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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