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한국 건설사들도 이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국내 5대 건설사의 신규 수주액 중 해외 부문 비중은 48%에 이른다. 미래 먹거리는 해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는 800억달러. 리비아 내전 등 중동의 정치적 혼란이란 암초에 직면해 있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해외 건설업계의 현황과 비전을 알아본다. [편집자]지난해 12월 4일, 이라크 바얀 더자이(Bayan Dizayee) 주택건설부 장관과 대표단이 한-이라크 공동위원회 참여를 위해 방한했다.
전후 재건 모델을 찾던 대표단이 이날 찾아간 곳은 국내 대표적인 주택건설 현장인 수원 `아이파크시티`. 7000가구 규모 중부권 최초의 단일브랜드 뉴타운을 둘러본 그들은 현대산업개발의 혁신적인 도시개발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970년대 허허벌판인 압구정동에 현대아파트 단지를 조성했고 3조원을 투입해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을 진행하는 등 국내 민간 도시개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자랑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성을 무기로 지난해 4월 `비전 2016`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해외 무대 진출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 조직개편·인증취득·사업제휴 `박차`
`비전 2016`은 지난 10년간 이어온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혁신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목표로 한다. 현대산업개발은 비전 선포 직후 해외사업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착수했다.
| ▲ 수원 아이파크시티 투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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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현대건설에서 해외사업본부장을 지낸 여동진 상임자문을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해외 진출의 기본이 되는 각종 인증 취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해외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국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 `OHSAS 18001` 인증을 받았고, 세계적 인증기관인 로이드인증원(LRQA)으로부터 품질경영시스템인 `ISO 9001`도 획득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대한전기협회로부터 원자력 발전소 시공을 위한 자격 요건인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 인증을 받았고, 올 1월에는 원자력 발전기술의 세계적 공인기관인 미국기계학회(ASME, 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로부터도 인증서를 받아 원전시장 진출 요건을 갖췄다.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발빠른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한국을 방문한 소뱌닌 시묘노비치 세르게이(Sobyanin Semyonovich Sergey) 모스크바 시장과 만나 교통 인프라 선진화 구축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이라크 주택건설부 장관과도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를 논의 중이다.
◇ 옛 `해외건설 전성기` 되찾는다
현대산업개발(012630)은 전신(前身)인 한라건설의 해외사업 경험을 토대로 에너지 플랜트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 ▲ 사우디 알주베일 해수담수화 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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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시개발과 함께 현대산업개발의 전신인 한라건설은 창립년도인 1977년 사우디아라비아 지잔 시멘트플랜트 공사를 시작으로 사우디 파라산 해수담수화 공사와 사프코 황산제조플랜트 공사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해외사업을 벌였다.
특히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담수저장 펌프장을 포함하는 알주베일 정제1단지 공사
(사진)와 더불어 주베일 공업단지의 공업용 해수배수로 공사, 티하마 변전소 등 다양한 프로젝트 등 수행하며 중동지역에서 입지를 구축한 바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해외사업은 한국도시개발과 합병한 1986년 이후에도 지속됐으나 2000년대 초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국내 도시개발·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해온 주택·도시개발·SOC 부문의 기획력을 원동력으로 플랜트와 원전 등 해외사업의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과거 삼천포 화력발전소 1~6호기, 하동 화력발전소 탈황설비, 이천 열병합발전소, 단양 소수력발전소 등 국내 에너지 플랜트사업에서 인정받은 실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향후 해양 에너지와 소수력 발전을 비롯한 국내외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함으로써 에너지 플랜트사업 분야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