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E][Worst Rating]⑥널 뛰는 두산인프라코어·엔진

성에 안차는 밥캣
  • 등록 2010-11-02 오전 11:01:15

    수정 2010-11-02 오전 11:01:15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1일 11시 0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두산인프라코어(042670)와 두산엔진이 지난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래 신용등급 적정성 논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 두 기업은 두산그룹 유동성 논란의 핵심에 있는 밥캣 인수의 주포들. 밥캣이 최근 에비타 기준으로 플러스를 내면서 실적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기는 하나 밥캣 인수시 끌어온 자금 부담을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멀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다른 계열사인 두산건설(011160)마저 이들 회사에 그늘로 작용하고 있다. 두 회사는 건설과 지분관계가 없으나 건설 문제로 그룹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덩달아 등급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12회 SRE에서 전체 응답자 119명의 18%인 22명으로부터 등급이 적정치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레딧 애널리스트중에서는 50명중 15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30%가 표를 던진 것. 지난해 4월 실시된 9회 SRE 이후 꾸준히 워스트 레이팅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밥캣 인수 부담에서 여전히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올 상반기 유동성 논란에 휩싸이며 계열사 주가가 여러 차례 동반 급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두산건설을 비롯해 밥캣 추가 증자 가능성 등이 돌아가면서 그룹을 괴롭혔다.

특히 지난 2007년 두산그룹에 인수된 밥캣은 금융위기가 발발한 뒤 지난해 10억달러가 추가로 들어갔는 데도 밑빠진 독마냥 또 자금을 지원해 줘야 하는 것이냐는 데서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가중시켰다. 두산인프라코어와 엔진이 밥캣 인수의 주력 계열사들이므로 밥캣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이들 계열사에 눈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은 2007년 12월말 189.1%에서 밥캣 인수 1년 뒤인 2008년 12월말 218.7%, 2009년 12월말 273.1%, 그리고 지난 6월말 현재 282.6%로 높아져 왔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의 등급은 밥캣 부담이 불거지기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A를 유지하고 있다.

밥캣 에비타 흑자 전환은 했는데…

두산엔진은 밥캣 부담에 더해 키코(KIKO)에 따른 대규모 손실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엔진은 지난해 대규모 증자를 실시하며 잠식상태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지난해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된 뒤 변동이 없다. 한 SRE 자문위원은 “두산중공업이 두산엔진에 자금을 투입,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자본잠식에 빠졌던 기업에 A- 를 주고 있으니 적정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반기 결산이 끝나고 밥캣의 에비타가 2분기에 흑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산그룹 계열사 주가도 화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에 의문을 표시하는 측에서는 여전히 밥캣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밥캣 인수시 인수금융단과 맺었던 약정 때문이다. 두산그룹과 인수금융단은 지난해말 약정 조건을 변경했는데 여기에는 밥캣이 오는 2012년까지는 에비타 대비 차입금 비율을 7배 이하가 되도록 유지해야 하고, 이후 기간에는 5배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밥캣이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추가 출자나 대여를 해주도록 하고 있다.

한 SRE 자문위원은“밥캣의 전체 차입금이 29억달러이고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4억달러의 에비타는 나와줘야 한다”며“그러나 밥캣의 에비타는 많이 나와야 1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두산그룹이 내년까지 밥캣에 대한 추가 증자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이같은 사정상 인프라코어와 엔진이 추가로 1억에서 2억달러 가량의 자금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8억달러 전환우선주도 부담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하고 있는 8억달러 규모의 밥캣 전환우선주도 부담의 한 축이다. 오는 2012년까지 보통주로 전환되지 않은 전환우선주는 연복리 9%를 가산한 금액으로 두산그룹에서 매입할 의무를 지고 있다. 전환우선주가 전혀 보통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두산그룹이 짊어져야할 부담은 12억달러 가량으로 이 역시 두산인프라코어와 엔진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평사들이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변함없이 A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본연의 사업이 호조를 띠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에서의 호조가 실적 회복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자체적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 2007년 경기 정점 때 기록했던 3474억원을 40% 이상 초과하는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 이는 지난해 기록했던 2253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로 사상 최대의 실적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의 계열 신인도도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신평사들도 밥캣 요인을 부정적 요인으로 꼽고는 있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이 정상화될 때까지 생기는 부담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보는 것. 회사측은 물론 증권가에서는 밥캣이 1~2년 안에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서슴지 않고 내놓는 이들도 있다.

밥캣 개선의 걸림돌은 다 제거된 것일까. 밥캣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에 걸쳐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피인수뒤 통합비용 발생과 함께 그당시 불어 닥친 금융·경제위기 탓이 크다. 특히 밥캣의 주력시장이랄 수 있는 북미와 유럽은 위기의 진앙지였다. 전세계적 통화와 재정정책 덕분에 위기의 극한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의심은 여전하고 이것이 환율전쟁과 각국의 잇단 양적완화 및 재정확대정책으로 재차 표출되고 있다. 거시적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회사측 역시 지난 8월 1000억원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밥캣이 2008년 이후 세계적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는 양호한 실적 시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밥캣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에비타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상화가 대폭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찔끔찔끔 진행될 개연성이 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두산그룹을 보고 있자면 마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휙휙 왔다갔다하는 스윙이 떠오를 정도”라며“아직 안정적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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