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기업들의 투자 위축세가 크게 둔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 효과가 더 커지는 올 하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부문의 소비지출이 2분기에도 크게 부진했다. 계속해서 상승중인 실업률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미국의 리세션 종료가 점차 다가오고 있지만, 실업사태와 소비부진으로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매우 더딜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체적으로는 미국의 2분기 GDP는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는 동시에 굼뜬 회복세에 대한 우려감도 함께 내보였다. 하지만 2분기 GDP의 개선은 속도와 강도를 배제할 경우 미국경제가 올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좋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게 시사하고 있다.
◇ 미 2분기 GDP 연율 -1.0%..전분기(-6.4%) 대비 큰 폭 개선
미 상무부는 31일(현지시간) 2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으로 마이너스(-) 1.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의 GDP는 1947년 이래 처음으로 4분기 연속 위축세를 이어갔다.
다만, 2분기 GDP는 1982년 이후 27년래 최악을 기록한 1분기 성장률 -6.4%(당초 발표된 -5.5%에서 수정)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공황 이후 최악이자 지난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리세션이 올 하반기중에는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도 더욱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재정지출 확대와 기업들의 투자, 수출 등의 개선이 2분기 GDP에 도움을 줬고, 반면 재고감소와 소비부진 등은 GDP를 하락 압박했다.
◇ 기업 투자개선..제조업·주택경기 위축세 완화
2분기 기업투자는 8.9% 감소했다. 하지만 감소폭은 39.2%를 기록한 전분기에 비해서는 크게 완화됐다. 기업들의 투자우축세가 크게 둔화된 것은 제조업 경기가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최근 발표된 미국의 6월 산업생산 감소폭은 최근 8개월래 가장 적었고, 이날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PMI)가 발표한 7월 제조업 지수도 2개월 연속 개선세를 보였다.
건설투자도 개선됐다. 2분기중 비주거용 일반 건축물에 대한 투자는 8.9% 감소했지만, 1분기 감소폭 43.6%에 비해서는 상당히 개선된 수치이다.
이를 증명하듯이 6월 기존주택판매는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6월 기존주택판매도 전월비 11%의 급증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20대 대도시의 5월 주택가격은 근 3년만에 전월비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 경기부양 재정지출도 GDP 개선에 일조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출확대와 기업들의 수출도 GDP 개선에 도움을 줬다.
우선 미 정부의 재정지출은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5.6%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 2월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승인했다. 경기부양 지출은 올 하반기와 내년들어 더욱 많아질 예정이어서, 경기부양 효과도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수출도 개선됐다. 지난 1분기에는 29.9%의 급감세를 보였지만 2분기에는 감소폭이 7.0%에 그쳤다. 이에 힘입어 미국의 무역적자는 1분기기 연율 3865억달러에서 2분기에는 2292억달러로 감소했다.
◇ 기업재고 GDP 갉아먹어..바닥인 현 재고수준은 장기론 긍정적
이러한 재고감소는 2분기중 GDP 성장률을 0.83%나 갉아 먹었다. 만약 재고감소를 제외할 경우에는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1.0%에서 -0.2%로 올라간다.
다만, 바닥권까지 떨어진 재고상황은 오히려 향후 지표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강화될 경우 재고를 다시 쌓는 과정에서 산업생산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렌 젠트너 도쿄 미쓰비시 UFJ 이코노미스트는 재고가 크게 줄어들어 생산이 늘어날 여지도 커졌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올 하반기 경기가 부활의 신호를 보여주면 기업들은 재고를 늘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소비부진과 실업사태 해소없이는 더디 회복세 불가피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부진했다. 지난 1분기에는 0.6%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1.2%나 감소했다. 감소폭은 당초 0.5% 점쳤던 시장의 예상치보다도 컸다.
그래선지 2분기 GDP가 전체적으로 개선된 수치를 내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는 GDP 결과를 큰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GDP 위축세가 예상보다 더 완화됐지만, 내용면에서 소비감소가 실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2분기 GDP 결과에 미국채 가격은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2분기 부진한 소비를 감안할 때 향후 경기회복세가 그리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미국채와 같은 `안자산 선호`를 강화시킨 까닭이다.
미국의 소비부진은 집값 하락에 따른 가계의 자산가치 하락과 더불어 실업사태로 인한 고용불안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저축률이 지난 5월 15년래 최고인 6.9%까지 치솟은 점도 따지고 집값 하락과 고용불안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감을 반영한다. 미국의 저축률의 경우에는 금융위기 직전만 하더라도 1%를 밑돌았다.
문제는 리세션이 시작된 이래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가 650만개에 달하고 있고, 미국의 실업률이 지난 6월 9.5%까지 상승했지만, 실업률이 앞으로도 더욱 오를 것이란 점에 있다. 소비개선의 전제조건이 실업사태 해소인 만큼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나이젤 골트 IHS 글로벌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완만한 회복세로 향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정부 부양 프로그램이 경기회복세를 보다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트는 다만 "경기가 강하게 회복하기 위해선 강력하 소비자들이 필요한데, 이를 보기를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한 회복보다는 다소 굼끈 회복세가 예상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