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들어 `발렌티노 그룹`과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런던 포그` 등 패션업계의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칼립소`와 `벳시 존슨` 등의 M&A를 진행한 세이지 그룹의 마크 바이디르가우즈 이사는 "최근 패션업계의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향한 식욕은 엄청나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신생 브랜드가 미래 어느 시점에 메가급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 위기기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과 9월. 패션업계에서는 이상기후 변화가 감지됐다. 신용 위기에도 M&A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던 것.
디자이너 `벳시 존슨`과 `매튜 윌리엄스`가 외부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였고, 이미 `로드 앤 테일러`를 소유하고 있는 NRDC 이퀴티 파트너스는 패션 브랜드 `피터 썸`의 지분을 사들였다.
`토미 힐피거`도 패션업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토미 힐피거는 지난 8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M&A 전문 회사 설립 허가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를 통해 2억5000만달러를 공모, 떠오르는 패션 브랜드 인수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올들어 9개월간 약 26개의 패션 및 의류 유통업체들의 M&A를 진행했다.
그렇다면 신용 위기 속에서 유독 패션업계의 M&A가 활발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첫번째는 규모다. 패션업계 M&A는 중소형이 많다. 따라서 자금 조달 없이 현금 인수가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억달러 미만의 중형 시장에서는 M&A 침체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 풍조도 패션업계 M&A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패션 및 유통업체 M&A를 전문으로 하는 뉴욕 소재 투자은행 파이낸코의 윌리엄 서스맨 이사는 "패션업계의 매수자들은 갈수록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럭셔리 브랜드 `니먼 마커스`이든 대중적인 브랜드 `타겟`이든 상관없이 디자인을 중시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스맨 이사는 리즈 클레이본이 올해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지분 50%를 사들인 것은 전적으로 디자인에 투자한 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