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유통매장을 가다)①명품 놀이공원-첼시

  • 등록 2007-03-19 오전 11:10:00

    수정 2007-03-20 오후 10:29:45

[카바존=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정부가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는 성장에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비스산업은 고용유발효과가 높다. 따라서 국민소득 증가와 직결되며,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난 1999~2005년 사이 제조업 일자리는 67만개가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에선 약 640만개 일자리가 증가했다. 

유통산업은 서비스산업의 핵심업종으로 분류된다. 11년 전 유통시장의 문을  열었을때  우리 유통업체들은 세계적 유통기업의 공격앞에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나라 시장특성에 맞는 유통기업과 전략으로 맞서, 이들을 이겨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유통산업은 선진 유통시장으로부터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진입을 앞두고 여가와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패턴의 선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 유통산업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이들은 무엇을 타깃으로 하는가. 앞으로 4회에 걸친 현장 르포를 통해 우리 유통산업의 지향점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차례> 
①명품 놀이공원-첼시
②감성의 소비-포럼숍
③맘모스 복합쇼핑몰-사우스코스트플라자
④원스톱 쇼핑-패션밸리몰

지난 10일 오전 11시 캘리포니아 카바존(Cabazon)市. 황량한 사막으로 둘러싸인 이 작은 도시의 한 대형 주차장에 주말 오전부터 수백대의 차량이 빼곡히 들어선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나들이 차림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스페인풍으로 꾸며진 1만4000평의 단층 건축물 입구에 멈춰선다. 그리고 마치 놀이공원 안내서처럼 건축물 내부 100여곳의 목적지가 그려진 붉은색 팜플렛을 집어든다.

그러나 이 지도가 표시하고 있는 곳들은 회전목마나 기념품 매장이 아니다. 대신 `버버리`(Burberry), `구찌`(Gucci), `페레가모`(Ferragamo) 등 이름만 들어도 쇼핑객들을 즐겁게 하는 유명 브랜드 상점들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명품을 절반 가격에!

`첼시`(Chelsea Property Group)가 운영하는 이 아울렛 매장 `데저트 힐스 프리미엄 아울렛`(Desert Hills Premium Outlet·사진)은 유명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25~65% 할인 판매함으로써 카바존시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지난 1990년 7월 문을 연 데저트 힐스 아울렛의 최근 방문객 수는 연간 800만명. 대도시에서 차량으로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지만 주말이면 늘 쇼핑객들로 북적인다. 덕분에 1995년, 1997년, 2002년 세차례에 걸쳐 매장 확장 공사를 완료했다.
 
매장 인근에 위치한 레크레이션 명소 `팜 스프링스`(Palm Springs)도 휴가철에 쇼핑객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편안한 쇼핑을 돕기 위한 유모차와 휠체어 대여 서비스는 물론 푸드코트와 인터넷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값비싼 명품 외에도 `갭`(GAP), `나이키`(NIKE), `노티카`(NAUTICA)와 같은 대중 브랜드가 입점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년째 데저트 힐스 아울렛을 찾고 있다는 캐리(Carrie R.)는 "고급 브랜드에서 대중 브랜드까지 정말로 매장이 많다"면서 "주말이면 주차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52개 매장..올해 한국 진출
 
비록 이월 상품이라 하더라도 사고 싶었던 명품을 25% 이상 싸게 살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다. 첼시는 지난 1985년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해 미국 최초의 프리미엄 아울렛을 열었고, 단숨에 아울렛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현재 첼시는 미국 27개주를 비롯해 일본과 멕시코 등지에 총 52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아래 사진). 데저트 힐과 같이 주요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프리미엄 아울렛` 외에도 대중적인 브랜드로 꾸며진 매장 10여곳을 운영 중이다. 또 오는 6월에는 우리나라 경기도 여주시에도 첫번째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2005년 기준 첼시의 매출액은 약 5억 달러(4700억원). 2위 아울렛 업체인 테인저(Tanger, 2억달러)나 3위 프라임(Prime, 1억5000만달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난 2004년에는 미국의 부동산 대기업 사이먼(Simon Property Group)에 인수되면서 현재 사이먼 그룹의 아울렛 사업부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미국의 아울렛 시장은 지난 1988년 약 60억달러에서 지난 2003년 150억 달러로 15년 동안 150% 성장했다. 국내 시장은 정확한 규모가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현재 성장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명품` 아울렛의 오픈은 신세계와 첼시가 절반씩 지분을 투자한 이번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처음이다.

사이먼-첼시 그룹의 국제 마케팅 담당 부사장 캐런 플루하티는 "한국인들이 명품 소비를 좋아하는 만큼 한국 시장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부산, 대구 인근에 추가 오픈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첼시는 한국인의 속성을 꿰뚫고 한국인의 특성에 맞춘 미국식 유통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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