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식시장은 오전 장 한때 제너럴 모터스,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업체에 대한 투자의견 상향에 힘입어 잠시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유가 상승과 추가 긴축 우려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날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고위 관계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해 우려를 낳았다.
전일 HSBC가 부실 모기지 급증을 공개하며 부동산 둔화 우려를 높인 상황에서 금리인상까지 겹칠 경우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이란 분석도 등장했다. 이 여파로 전일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씨티그룹 등을 포함한 금융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국의 추운 날씨와 4위 정유업체 옥시덴탈의 유전 폐쇄 등으로 국제 유가가 장중 60달러를 돌파한 것도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기술주의 경우 마이크론이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악재까지 낙폭이 더 컸다.
이날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56.80포인트(0.45%) 하락한 1만2580.83, 나스닥 지수는 28.85포인트(1.16%) 내린 2459.82에 장을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10.25포인트(0.71%) 내린 1438.06에 마쳤다.
한 주 동안 다우와 나스닥 지수는 모두 0.6%씩 떨어졌다. S&P500은 0.7% 내렸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3월물 가격은 전일대비 18센트 오른 59.8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연준 내 최고의 `매파`로 꼽히는 피셔 총재는 이날 "현재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편안함을 느낀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위험에 자만할 수 있는 중앙은행 관계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금리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나는 강력하게 금리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근원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 인플레 둔화를 확신할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전망에 따라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만약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넘는다면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인플레가 예상을 상회하고 올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인다면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빅3 투자의견 상향..GM 급등
경영난에 시달리던 미국 3대 자동차업체에 모처럼 호재가 겹쳤다. 이날 도이체방크는 헬스케어 협상의 진전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F)의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다우 지수 구성 종목인 GM의 주가는 6.54% 치솟았다. 포드도 2.11% 상승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유럽 항공회사 에어버스의 모회사인 EADS의 보유 지분 7.5%를 독일 주 정부와 투자자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15억유로(19억5000만달러)에 매각했다. 이번 매각으로 다임러의 EADS 지분율은 22.5%에서 15%로 낮아진다. 그러나 지분을 인수한 컨소시엄과 새로운 형태의 합자회사를 설립, 전체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종, 마이크론 악재
반도체주에도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등장했으나 악재의 영향력이 더 컸다.
미국 최대 반도체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의 마이클 새들러 판매 책임자는 이날 애널리스트 미팅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나빠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플래시와 D램 메모리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커졌다.
마이크론(MU) 주가는 2.64% 하락했다. 다우 종목이자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INTC) 주가는 1.54% 내렸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X)는 1.37% 떨어졌다.
반면 JP모건은 미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투자의견을 `주의`에서 `우호적`으로 상향했다. 몇몇 지표가 반도체 경기 바닥을 가리키고 있어 2분기에는 실적 호전이 기대된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