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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극우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이라는 이유로 객실 판매를 중단해 ‘역사 의식 갖춘 개념 있는 회사’라는 찬사를 받았던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행보다. 아파호텔의 극우적 행태에 변화나 반성이 없는 상황에서 별다른 해명 없이 기존 입장을 뒤집은 만큼 ‘반일(反日) 정서를 이미지 메이킹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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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야놀자에 올라온 아파호텔는 지점에 따라 적게는 수십 건부터 많게는 수천 건의 리뷰(이용후기)가 달린 상태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객실 판매를 재개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야놀자는 지난 2019년 광복절(8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극우기업이 운영하는 아파호텔 객실 판매 중단을 공식화했다. 당시 야놀자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서 극우기업인 아파 계열 211개 호텔의 객실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관련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며 “역사의식 고취 노력의 연장선”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파호텔 외에 극우기업과 연관성이 확인되는 여행상품은 향후에도 전면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파호텔은 지난 7월 기준 국내외에 846개 호텔과 12만 3700여 개 객실을 보유한 일본 내 최대 호텔 체인이다. 호텔·리조트 사업을 중심으로 아파트, 맨션 등 빌딩 관리와 임대, 출판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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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여행업계 최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에 등극한 야놀자가 극우기업인 아파호텔 객실 판매를 중단했을 때 국내 여론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언론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했고, 온라인 상에선 야놀자 플랫폼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한 후 인증샷을 올리며 응원하는 누리꾼이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모토야 회장의 망언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월간지 ‘애플타운’(Apple Town) 8월호에서 “중국은 난징 사건으로 일본군이 (중국인) 30만 명을 학살했다고 주장하지만, 단 한 사람도 희생자 이름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것은 학살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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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는 일본 불매운동 열기에 등 떠밀리듯 아파호텔 판매를 중단했던 다른 여행업체와 달리, 선두에 서서 결기를 보여준 덕분에 ‘역사 앞에 당당한 기업’이라는 이미지 개선과 인지도 제고, 이용객 증대 등의 효과를 누렸다. 많은 과실을 얻은 야놀자가 이제 와 ‘다른 여행업체도 팔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더라도 설득력을 얻기란 어렵다.
야놀자 내부에서는 아파호텔 재판매를 두고 ‘극우기업 여행상품을 팔지 않기로 한 약속을 저버리는 결정’이라는 우려와 반대가 있었으나 경영진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인터파크커머스 미수 매각대금 등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연이어 터지는 악재로 실적 압박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공식 자료를 발표하고 전부 내렸던 아파호텔을 설명도 없이 다시 판매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야놀자 내부 지적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일본으로 가는 여행객이 많은 상황에 인기 호텔을 내리면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매출에 악영향이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