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집에서 버티는 남편, 재산소송 어떡하죠[양친소]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 등록 2024-01-28 오전 6:00:00

    수정 2024-01-28 오전 6:00: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강효원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저희는 혼인 중에 아파트 한 채를 제 명의로 샀는데요. 당시 대출을 70% 받고 나머지는 남편이 시골 땅을 팔아서 냈습니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맞벌이를 해도 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습니다. 남편은 도박과 게임 아이템 지출로 카드 빚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돈 문제로 부부싸움도 잦았습니다. 혹여라도 정신 차릴까 싶어 적금을 깨서 사업 자금 5000만원을 지원해줬지만, 얼마 못가서 원금 회수도 못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말았죠.

결혼 5년째 되던 해, 남편과 협의이혼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키우고, 양육비는 월 100만원 씩 받기로 했고요. 그동안 남편이 사업하는 동안 생활비를 주지 않았고, 제가 준 적금까지 모두 날렸기 때문에 재산분할은 없는 걸로 했습니다. 명확하게 합의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협의이혼으로 이혼 신고까지 마쳤는데 집을 안 나갑니다. 빨리 정리하라고 하면, 남편은 자기 집이기도 하다면서 안 나가면서 양육비 1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얹혀서 제게 주고 있습니다.

이혼한 지 3년 차인데 남편이 아직도 같은 집에 있는 게 너무 싫습니다. 집 안에서 마주치기 싫어서 내 물건, 빨래, 쓰레기에도 손을 못대게 했습니다. 서로의 물건에 손대지 않고요.

아이는 제가 어린이집 등·하원을 다 시킵니다. 못할 때는 근처 사는 친정 어머니한테 부탁하곤 합니다. 남편한테 나가라고 하면 ‘내 집에서 왜 나가냐, 법대로 하자, 재산분할 다시 하자’면서 안 나갑니다. 남편이 소송을 하면 재산분할을 해야 할까요?

-이혼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는데 이제와서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나요?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경과하면 소멸합니다. 2년의 기간은 법률상 제척기간이자 출소기간이기 때문에 소멸시효처럼 중단되지 않고, 반드시 기간 내에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해야 합니다. 재판 외에서 재산분할을 하겠다고 주장한 것만으로는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금 사연자는 이혼한 지 3년이 다 돼 가는 상황입니다. 기간만 봤을 때 이제와서 재산분할청구를 한다면 제척기간 도과로 각하될 것입니다.

-남편이 재산분할을 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남편이 이혼신고를 하고서도 한 집에서 살았으니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는 전제로 재산분할을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 이혼을 했더라도 이혼 후에도 사실혼 관계에 있었으면 사실혼 해소를 원인으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혼 해소는 일방이 파기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기 때문에 남편은 언제든지 사실혼을 언제든지 파기하고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실혼이 있었느냐’가 제일 중요한 쟁점인데요. 한 집에서 아이랑 같이 살긴 했는데, 사실혼으로 볼 수 있을까요?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으로 혼인 의사가 합치하고 객관적으로 혼인생활의 실질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이혼한 부부가 한 집에서 3년씩이나 살면 사실혼 관계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아이도 있기 때문에 살다 보면 아이 때문에라도 통상적인 혼인가정과 같은 모습으로 생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사연자는 집 안에서 마주치기 싫어서 각자 물건, 빨래, 쓰레기에도 손을 못대게 했습니다. 아이는 사연자가 어린이집 등·하원을 다 시키고, 거의 혼자 돌보셔서 각자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 남편의 주장을 보면 남편에게 혼인유지 의사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 사실혼 관계로 인정될까요?

△이혼하고서도 일상적으로 가족 간의 호칭을 쓰고 대화를 나누고, 명절이나 수시로 양가 부모님과 교류한 사정이 있었다면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 이혼 전후로 부부 간의 가계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중요한 요소에 해당합니다. 이혼 후에도 이혼 전과 같이 공동으로 생활비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만약 사실혼 관계가 맞다면 소유한 아파트는 재산분할을 해야 되나요?

△사연자가 이혼 시 재산분할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는데 명확하게 합의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라서 재산분할을 포기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대화 메시지 같은 다른 경위가 있어야 포기 합의사실이 인정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재산분할 포기에 대한 합의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아파트에 대해서 재산분할을 해야 합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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