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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5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지난 4월 3.8%를 기록한 뒤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올해 물가는 2월부터 둔화하다가 7월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7월 25.9%에 달했던 석유류 하락 폭이 8월에 11%에 그친 영향이 컸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작년 8월에 석유류 물가 상승 폭이 둔화돼 기저효과마저 사라진 탓에 물가상승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달 물가에 대한 석유류 기여도는 -0.57%포인트로 7월(-1.49%포인트)보다 대폭 줄었다. 지난달 농축산물은 1년 전보다 5.3% 상승했는데, 특히 과실 물가 상승폭이 13.1%로 컸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이런 상승세가 단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오름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 데다, 폭우·폭염 등 기상 악화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해 나타난 ‘반짝 상승’이라는 얘기다. 변동성이 강한 품목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가 3.3%로 유지됐다는 점에서 향후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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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제유가 추가 상승 여부가 향후 물가 경로에 있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10월 이후에는 계절적으로도 원래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고, 정부의 유류세 인하도 10월까지 연장된 상황이어서 연말에는 물가가 3% 수준에 안착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는 등 오름세를 지속한다면 물가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국내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수요도 최근 다시 둔화하는 흐름이라 물가는 다시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다. 3% 안팎으로 내려올 것”이라면서 “연고점을 향해 가는 국제유가의 상방 압력이 얼마나 커질 지가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OPEC 플러스(+) 등 산유국의 감산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 체감 물가 수준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3.9%)는 올 3월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추석(29일)을 앞두고 명절 수요가 몰리는 이달에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 체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석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 소비량이 줄어들면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통망을 관리하고 비축 물량을 푸는 등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