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되살아나는 임금의 길[알면 쉬운 문화재]

광화문 월대 복원 공사
최근 어도에 있던 '서수상' 찾아
'영건일기' '세종실록'에 기록 전해져
10월 시민들에 전격 개방
  • 등록 2023-09-02 오전 7:00:00

    수정 2023-09-02 오전 7:00:00

우리 ‘문화재’에는 민족의 역사와 뿌리가 담겨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수천,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문화재는 우리 후손들이 잘 가꾸고 보존해 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죠. 문화재는 어렵고 고루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재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일제강점기에 전차 선로에 파묻혔던 ‘임금의 길’이 100년 만에 복원됩니다. 현재 한창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광화문 월대’인데요. 최근에는 광화문 앞 월대 어도(임금이 다니는 길)에 있던 서수상(瑞獸像, 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으로 추정되는 석조각 2점을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하면서 복구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어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에 1866년(고종 3년) 설치됐던 ‘광화문 월대’는 무엇을 했던 곳일까요.

광화문 월대 유적 전경(사진=문화재청).
광화문 월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던 장소였어요. 월대는 궁궐의 중심 건물인 정전 등 주요 건물에 설치한 일종의 넓은 단을 말하는데요. 궁궐 의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기하거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악기를 배설하는 장소로 사용됐죠. 월대 끝 부분에는 난간을 두어 월대에 오른 사람들의 추락을 방지하고 월대의 격식을 높였어요. 특히 궁궐 정전에서는 월대 난간의 치장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규모는 길이 48.7m, 폭 29.7m로 육조 거리를 향해 뻗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돈화문에도 있지만 궁궐 정문에 난간석을 두르고 기단을 쌓은 건 광화문 월대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월대는 공식 의례를 거행하는 궁궐의 빼 놓을 수 없는 시설이었어요. 고종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영건일기’에는 1866년 3월 3일 ‘광화문 앞에 월대를 쌓았다’는 내용이 있어요. 경복궁 창건에 대해 적은 ‘태조실록’에는 근정전 앞에 상월대, 하월대가 마련돼 있었음을 전해주고 있어요. 이를 본 받아 이궁으로 창건한 창덕궁 정전에도 상하 월대를 세웠다고 기록돼 있죠. ‘세종실록’ 기록에서는 상월대에 왕에게 축하하는 글을 적은 상자를 모시고, 하월대에는 울긋불긋한 깃발 사이로 악공들이 늘어서고 군사들이 도열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어요.

광화문 월대와 그 주변은 도성 주민들에게 열려 있었어요. 억울한 일을 겪은 백성들은 광화문 앞에 나가서 자신의 억울함을 상소를 올려 알렸죠.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이 전차 선로를 깔면서 훼손했고 해체돼 사라져버렸죠. 문화재청 산하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 광화문 문루 앞 땅속을 파헤쳐 조사한 끝에 월대의 주요 자취를 찾아냈어요. 이후 경복궁이 갖는 역사성을 회복하기 위해 복원 공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광화문 월대’는 올해 10월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민들에게 전격 개방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능한 석조각 2점(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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