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늘어나는 전세보증 사고, 다각적 역전세 해법 찾아야

  • 등록 2023-06-20 오전 5:00:00

    수정 2023-06-20 오전 5:00:00

주택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사고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나중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하고 임차인에게 대신 지급한 전세보증금(대위변제액)이 올들어 다달이 늘어나 5월에 누적 1조원을 넘어섰다. 1월 1649억원, 2월 1911억원, 3월 2260억원, 4월 2281억원, 5월 2419억원으로 매월 빠짐없이 상승 궤도를 달리면서 지난해 연간 9241억원을 5개월 만에 능가했다.

전세 보증사고 증가 추세는 앞으로 상당기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전세 시세가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가 만연한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역전세 임대인은 전세계약 만료 시 신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만으로는 기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 이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제때 다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전셋집을 새로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피해가 확산일로다.

대부분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이 묶이면 임차인들이 당장 생활고를 겪게 된다는 점에서 전세 보증사고는 심각한 민생 문제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역전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주말 TV 방송에 출연해 “전국 전세 가구의 절반가량이 역전세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 대표적인 내용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부족액에 한해 임대인에게 대출규제를 완화해주어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임대인 구제금융은 주택 갭투자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시적으로만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이다.

물론 역전세 상황이 워낙 광범위하고 심각하므로 임시 방편이라도 효과가 기대된다면 동원해 시장의 혼란과 임차인의 피해 확대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전세의 대규모 발생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도 내놔야 한다. 은행의 전세보증금 대출 심사에 역전세 리스크를 반영하게 하는 방안, 임대·임차인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촉진하는 방안 등을 전문가들은 제시하고 있다. 전세 시장을 떠받치는 금융 제도와 관행 개선을 포함한 다각적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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