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노인 가장 많은 사회 온다…AI서 답 찾아야”[ESF 2023]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인터뷰
AI 등장에 산업 변화 성큼..직무변화·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상 올 것…문화·관습에도 큰 충격
고령사회 따른 신·구 세대 갈등 확대..AI·로봇으로 노인문제 대응해야
  • 등록 2023-05-30 오전 5:00:00

    수정 2023-05-30 오전 9:53:43

[이데일리 전선형 이다원 기자] “고령 인구의 급증으로 한국 사회에 큰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에게 닥친 미래죠. 하지만 결국에는 AI와 로봇 등 기술을 통해 노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희망을 갖고 이 시대를 돌파해야 합니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를 마주한 우리 사회에 이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기술 발전과 변화하는 인구 구조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셈이다.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SF 2023) 연사로 나서는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 교수가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초고령화·AI 도입 따른 구조조정까지…韓 사회 위기감

한국 사회에 고령화라는 어둠이 드리우고 있다. 곽 교수는 “현재 한국 인구 문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젊은 인구 대비 노인 인구가 너무 많아지는 것”이라며 “단군 이래로 젊은 인구에 비해 노인 인구가 이 정도로 많은 시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곽 교수는 “세계 대부분 국가의 인구 추계를 보면 인구 증가의 이유가 높은 출산율 때문이 아니다”며 “경제와 기술 발달로 50~60대이던 평균 수명이 연장돼 고령 인구가 늘면서 전체 수도 증가하는 게 보편적”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 사회는 속도가 더 빠르다. 곽 교수는 “곧 70대 이상 인구가 우리 인구의 20~30%를 차지하게 된다”며 “우리가 가장 대비하지 못한 상황이고 역사적으로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가 오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챗GPT를 필두로 고도화한 생성형 AI가 등장해 한국 사회가 변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람의 일자리를 AI가 대체할 것이란 위기감도 팽배하다.

곽 교수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당장 뺏지는 않겠지만 산업 구조가 급변해 발생할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챗GPT와 같은 AI가 당장 나를 대체하기 어려울지라도 AI로 인해 내가 잘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자동화 공정이 도입돼 사람이 직접 포장하는 일이 사라졌던 것처럼, AI 때문에 직무가 바뀌고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문화까지 바꾼다…젊은 세대 영향력 키워야

당장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인 셈이다. 곽 교수는 문화적·관습적으로도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노인 세대는 더는 소수가 아니라 주류”라며 “평범한 사람을 떠올렸을 때 ‘70살 이상은 돼야지’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했다. 노인을 넘어 사람의 정의마저 바뀌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공유하던 문화적 기준도 바뀔 수 있다. 당장 정년 연장, 연금 수령 시기 조정 등 정책적 문제가 있다. 70대 이상 노인이 대부분인 사회에서는 공경과 배려로 소수자인 노인을 대우하자는 도덕적 관습이 무의미하다. 곽 교수는 “일상생활 하나하나가 경험해본 적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모든 사회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갈등하면서도 적응하고 화합하며 발전해 왔다. 신세대와 구세대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문화 역시 바뀌었다. 하지만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이런 세대교체도 이뤄지기 어렵다.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SF 2023) 연사로 나서는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 교수가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곽 교수는 “1990년대만 해도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힙합’이 다수였다”며 “지금은 ‘트로트’라는 답변이 아마 절대적인 수에서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기성세대의 문화가 힘을 이어가면서 젊은 세대의 문화는 상대적인 비중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럴수록 세대 간의 문화적인 틈은 벌어지고 있다. 그는 “10~20대는 유튜브나 소셜미디어(SNS)에 집중하는 반면 TV에서는 나이 든 사람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이 편성되고 있다”며 “학계 역시 젊은 연구자나 교수보다 기성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학문 발전에 젊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듯하다”고 했다.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사회는 멈춘다. 곽 교수는 “세상을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며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젊은 세대의 의견을 들으려고 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이해가 안 가더라도 새로운 세대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절벽, 이미 닥친 미래…AI·로봇 기술로 희망 찾아야

한국이 ‘노인의 나라’가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곽 교수는 “인구만큼 미래가 뻔히 보이는 것이 없다”며 “노인이 늘고 어린이 등 젊은 세대가 없어서 과거와 다른 세상을 살게 되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닥친 미래”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짧은 시간 안에 출산율이 반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소한 20~30년의 세월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는 “반대로 생각해보면 늘어나는 인구를 줄어들게 하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며 “출생을 늘려 대세를 반전하는 단기 정책은 없다. 문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단언했다.

곽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AI, 로봇 등 발전한 과학 기술이 해답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몸이 힘들고 움직이기 어려운 노인들을 도울 노동력이 젊은 세대에서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 AI와 로봇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같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 곽 교수는 “일본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노인 문제에 로봇을 활용하는 방법을 많이 생각한 것 같다”며 “로봇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이지 않나”고 했다. 이어 “실질적 효과와는 별개로 큰 흐름은 유효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고도화한 기술을 활용해 인구 절벽을 돌파하자는 이야기다. 곽 교수는 오는 6월 21~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절벽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에 특별 강연자로 참석한다. 그는 “20~30년의 세월이 지나 대세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이 기간을 어떻게 버틸지를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곽재식 교수는

△1982년 출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학사 △KAIST 화학 석사 △연세대 대학원 공학박사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SF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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