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판매자가 폐업이나 도산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낸 부가가치세를 체납하거나 탈루하는 ‘배달사고’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대 50조원의 세수 결손 사태가 날 것으로 우려되는 등 나라살림의 구멍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부가세 누락·체납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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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부가세 체납액은 △2018년 3조8748억원 △2019년 4조1140억원 △2020년 4조4781억원 △2021년 5조1365억원 △2022년 6조7750억원 등으로 계속 불어나고 있다. 특히 작년 한 해 동안 부가세 체납액은 1조6385억원 급증해 총 7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실제로 징수 가능성이 있는 ‘정리중 체납액’만을 집계한 것이다. 사업자가 폐업, 도산하는 등 재산이 없어 징수조차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정리보류 체납액’까지 더하면 부가세 체납액은 훨씬 크다. 국세청이 집계를 시작한 최근 3년간 체납액은 △2020년 26조6124억원 △2021년 26조8128억원 △2022년 27조8639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국세 체납액은 총 102조5000억원이었는데, 이중 부가세 비중이 36.0%로 전체 1위다.
부가세는 납세의무자가 직접 세금을 납부하는 일반적인 세금과는 달리, 납세의무자와 담세자(세금을 부담하는 자)가 다른 간접세다. 소비자가 물건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판매자에게 지급하고, 판매자는 정기적으로 이를 신고·납부하게 된다. 체납이 발생했다면 구매자가 지불한 세금을 판매자가 체납하거나 탈루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판매자(매출자)가 아닌 소비자(매입자)가 세금을 국고에 바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카드 대리납부제·매입자납부제를 확대해 부가세 체납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가세가 바로 국고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조만간 부가세 체계 개편 토론회를 열어 의견 청취 후, 관련 개정안 발의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부가세 체납의 원인이 경기 불황으로 인해 납부여력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인 만큼, 전면 확대나 적용 업종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 하에서 부가세 납부 전까지 법인은 최대 3개월, 개인사업자는 최대 6개월 동안 부가세를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는 “에스크로(대금보장제) 계좌를 이용하는 등 부가세를 분리시키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면 체납 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부가세 매출세액의 거래징수와 납부 시기의 미스매칭을 해소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