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복권기금, 소외계층 지원에 제대로 쓰려면

재원 풍부한 기관에 배분 '비효율'
경직적 법정배분율 조정·폐지해야
  • 등록 2022-12-05 오전 5:10:01

    수정 2022-12-05 오전 8:35:42

[오영민 동국대 교수] 복권사업으로 조성되는 재원인 복권기금은 2004년 제정한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관리하고, 사용된다. 복권기금의 대부분은 복권판매에 따른 판매수익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국민이 실질적인 재원 부담자라 할 수 있다. 2004년 9000억원에 불과했던 복권기금 지원사업의 규모는 2022년 2조9000억원으로 3배 이상 커졌다.

복권기금이 주로 저소득·소외계층의 복지증진 사업에 사용된다는 국민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부정적이었던 복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물론 횡재의 꿈에 부풀어 복권을 구매하지만, 복권 구매가 생활 속에서 작지만 쉬운 기부방식이라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다만, 복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복권기금은 법정배분제로 인해 다소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복권수익금의 35%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등 10개의 법정배분기금·기관에 배분되고, 나머지 65%는 소외계층 지원 등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법정배분기금·기관에 대한 배분비율은 ‘복권법’ 및 ‘동법 시행령’에 규정에 의해 배분된다. 이는 과거 ‘복권법’ 제정 이전에 기관별로 개별 발행하던 복권을 로또복권으로 일원화한 뒤, 기존 시장점유율에 따라 배분율을 정하면서 이 같은 규정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경직적인 배분제도로 인해 재정지원의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충분히 자체수익원을 확보하고 있어 다른 재원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거나, 여유재원이 풍부한 기금 및 기관들에게도 복권기금이 의무적으로 배분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복권기금 재원배분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2011년부터 복권기금지원사업에 대한 성과평가제를 실시하고, 평가결과·자금소요평가결과 등을 토대로 배분비율을 20% 한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는 법정배분비율 가감조정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가감제를 통한 법정배분 사업의 예산환류 및 성과개선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감제를 통해 법정배분사업의 성과를 독려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법령에 보장된 배분비율에 따라 복권기금이 배분되기 때문이다.

복권기금이 사회적 약자 지원을 위한 의미있는 일에 쓰인다는 국민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복권기금 법정배분제도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시장점유율에 근거해 정해졌던 법정배분율을 조정·폐지해 재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법정배분비율을 보장받고 있는 기존 법정배분기금 및 기관들은 수입 축소를 우려해 반발할 수 있다. 하지만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복권기금을 보다 효율적이고 내실있게 운영하려면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 강력하게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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