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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이데일리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한 결과 10대 그룹사(삼성·LG·SK·현대자동차·포스코·현대중공업·한화·롯데·GS·신세계그룹)의 이달 7일 기준 시가총액은 1234조76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1331조7424억원) 대비 7.3% 감소한 수준이다. 금액상으로는 96조9733억원이 사라졌다. 지난 1월 27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시가총액을 제외하면 10대 그룹 시가총액은 사실상 17.6% 줄었다.
10대 그룹 중 시가총액이 축소된 그룹은 절반을 넘어섰다. 가장 크게 시가총액이 줄어든 곳은 SK그룹으로, 감소율은 33.9%를 기록했다. SK그룹 내 가장 부진한 계열사는 분리막 생산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였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시가총액은 올 초보다 64.4% 감소했다. 분리막 사업의 경우 고정비 비중이 높아 원가 부담이 높은 가운데, 중국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으로 적자가 지속된 영향이 컸다. 정원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분리막 업체들과 점유율 경쟁 심화로 판가가 점차 하락하는 추세”라며 “중장기 실적 전망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역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출하 지연과 해외 판매 불투명성 등으로 실적 부진이 우려된 탓에 시가총액이 62.9% 줄었다. 이외에 SK그룹 내 코스닥 상장 기업인 드림어스컴퍼니(060570), 인크로스(216050) 등도 업황 악화에 시가총액이 반토막났다.
나머지 삼성그룹(-16.9%), 현대자동차그룹(-16.8%), GS그룹(-12.1%), 롯데그룹(-9.6%) 등도 주요 계열사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타격을 입었다.
태조이방원 타고 현대重·포스코 ‘날개’
LG그룹(95.0%), 현대중공업그룹(11.9%), 포스코그룹(10.8%), 한화그룹(1.1%) 등 4곳은 하락장 속에서도 올해 시가총액이 늘었다. 다만 LG그룹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효과를 제외하면 0.1% 소폭 하회했다.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소재 업체인 포스코케미칼(003670)의 공이 컸다. 포스코케미칼의 시가총액은 49.5% 늘었는데, 이는 2차전지 양극재 매출 증대 효과와 미국 인플레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음극재 사업 호조 덕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의 탈중국화 움직임으로 국내 2차전지 업종의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며 “원소재 공급망을 가장 잘 갖추고 있는 포스코케미칼은 고객사 확대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내년에도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여력이 큰 만큼 이익 가시성이 높은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사가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조이방원 테마는 인플레이션 국면 속 대안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수혜를 입은 업종”이라며 “과거와 달리 고인플레 환경이 상당 기간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년에도 수주 성과와 이익이 뒷받침되는 업종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