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 한파'…주택거래 9년만에 4만건 밑돌아

전문가 "금리가 다른 변수 압도…거래 관망 속 가격약세 이어질 것"
  • 등록 2022-09-01 오전 3:00:00

    수정 2022-09-01 오전 6:16:54

[이데일리 이성기 하지나 기자] 잇단 금리 인상 등의 후폭풍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넘어 `빙하기`를 맞고 있다.전국 주택거래량이 9년 만에 4만건을 밑돈 가운데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도 유찰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법원 경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다른 변수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으로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위축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매매량, 작년 대비 반토막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전국에서 신고된 주택 매매량은 3만9600건으로 전달(5만304건)보다 21.3% 줄었다. 작년 7월 8만8937건과 비교하면 ‘반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주택 거래량이 4만건을 밑돈 것은 지난 2013년7월 3만9608건이후 9년 만이며 2012년 9월 3만9806가구를 기록한 이후 9년10개월만에 역대 최저치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1284가구로 집계됐다. 지난달 2만7910가구보다 12.1%(3374가구) 늘었다. 두 달 연속 증가세다. 특히 대구(7523가구), 경북(6517가구) 지역에서 미분양이 쏟아지면서 지방에만 2만6755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입주 때까지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7388가구로 전월보다 3.6%(258가구) 증가했다.

전·월세 거래량도 감소했다. 21만903건으로 전월(21만2656건)대비 0.8% 줄었다. 월세 거래량(10만6115건)이 전세 거래량(10만4788건)을 웃돌았다. 월세는 전월대비 0.5% 감소했지만 전세는 1.1% 줄었다.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넘어선 이후 4개월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택 거래 시장의 찬바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청약 시장도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가리라 내다봤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미분양된 단지들은 분양가가 비싸고 지역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청약시장의 열기도 한풀 꺾였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예전만큼 경쟁률이 높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 지속…내년 상반기까지 `한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의 `한파`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경기 둔화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주택 구입자에게도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한다”며 “기준금리가 오르는 올 하반기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어 “2~3년 내 집값이 올라간다는 전제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거래 관망 속 저조한 주택 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일시적 현상이 아닌 시장의 근본 흐름이 변화하는 조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시장의 근본 흐름이 변화하는 조짐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가 거래량이다”며 “거래 급감이 일어나고 나서 3~6개월 후에는 거의 예외 없이 가격이 하락한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 현상`이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상황이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외부적 요인과 높은 대외 경제 의존도 등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는 투자 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 증가세가 가파르다. 특히 수도권은 1017가구로 한 달 전에 비해 21.5%(180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601가구에 불과했지만 7개월 만에 70% 가까이 늘어났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가격이 상승할 때 추격 매수를 하는 것이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으면 어떤 혜택을 주더라도 매수 심리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분양 시장 열기가 한동안 살아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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