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6.1 지방선거 결과 전국 교육감 지형에 변화가 생기면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 존치 문제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자사고 존치 문제로 교육청과 교육부가 충돌한 2014년 상황이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보수진영이 약진했다고 해도 여전히 전체 교육감(17명) 중 과반(9명)은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탓이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러한 관측은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단적인 사례다. 그는 지난 2일 당선 직후 자사고 존치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고교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최근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개인의 재능과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고교 교육체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소신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는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방침을 백지화하겠다는 의미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은 전면 백지화가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들 학교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명시해서다. 이는 새 정부가 의지만 가지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다시 개정, 이들 학교를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자사고·외고의 지정·취소 권한을 교육감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이들 학교는 5년마다 교육감에게 평가를 받은 뒤 설립목적을 충족해야 재지정을 받는다. 교육부 동의가 필요하지만 특정 학교의 자사고·외고 지위를 박탈하는 1차적 권한은 교육감이 행사할 수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총 17명의 교육감 중 9명을 진보인사가 차지하면서 과거의 논란이 재발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보교육감 대부분은 여전히 자사고·외고를 폐지해야 고교서열화가 해소된다고 보고 있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와 달리 진보교육감들은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라 충돌이 예상된다”며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교육청 단위에서 막는다면 학생·학부모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