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전기차 공장으로 韓생태계 선순환 이끈다

美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 공장 신설…6.3조원 투자
해외 현지생산 브랜드 향상·수요 증가→韓 생산수출 증대·부품산업 활성화
美전기차 공장, 韓연관산업 성장과 부가가치 창출 기대
  • 등록 2022-05-21 오전 5:22:15

    수정 2022-05-21 오전 5:36:36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자동차 생산 공장을 새롭게 짓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현지 생산이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따른 수요 증가를 발생시켜 국내 전기차 생산·수출 증대 와 부품산업 활성화 등 국내 전기차 생태계 성장의 선순환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 대응위한 전략적 결정

현대자동차그룹은 21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미국 내 전기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6조3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셀 공장도 새롭게 짓는다.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는 미국 정부의 고강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글로벌 전기차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톱티어 전기차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와 동시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이 국내 광범위한 연관산업의 성장은 물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해외 완성차 생산은 현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수요를 증가시켰으며 그 결과가 국내 생산과 수출 증가, 국내 부품산업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성장 구조를 형성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된 2005년의 직전연도인 2004년 대비 지난해 양사의 국내 완성차 생산은 12%, 완성차 수출액은 79%, 국내 고용은 26%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279% 상승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은 제 2의 앨라배마 효과를 재연할 수 있을 것으로 완성차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5년 첫 미국 완성차 공장인 앨라배마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대미 완성차 수출액은 큰 폭으로 증대되고 국내 부품산업의 글로벌 진출도 활성화됐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첫 생산 거점인 앨라배마공장은 관세 등 유무형 장벽의 실질적 해소와 함께 미국 내 브랜드 가치 제고를 이끌며 현지 판매 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국내 완성차 수출액도 증가했다는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팰리세이드 등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브랜드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며 2004년 91억8000만달러(약 11조6500억원)였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완성차 수출액은 지난해 140억달러(약 17조7700억원)로 52%나 늘었다.

美전기차 공장 건설, 韓기업 매출 증대에 긍정적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 대응에 부심하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거대한 미국 전기차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는 한편 전기차 부품의 국내 생산과 대미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앨라배마공장 건설을 기점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며 국내에 머물던 중소 부품업체들에게 미국 진출의 길이 열렸다. 현재 40개사가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며 현대차와 기아(000270)는 물론 현지 글로벌 메이커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도어트림을 공급하는 한일이화는 지난해 현지 공장을 통해 2812억원, 헤드라이너와 인슐레이터를 생산하는 대한솔루션은 4699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대한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들의 대미 전체 수출액도 2004년 11억75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69억1200만달러(약 8조8000억원)로 6배 이상 높아졌다.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은 국내 설비업체들의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현대차그룹은 공장의 뼈대인 생산설비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공급받는다. 구체적으로 차체 프레스부터 컨베이어, 용접 로봇, 차체 조립과 운반 관련 주요 설비들뿐만 아니라 프레스에 장착되는 차체 금형도 국내에서 조달된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에 전략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해외 공장들이 글로벌 판매 신장을 이끌면서 국내 공장의 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해외 생산이 국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과 수출액, 고용을 증가시킨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해외 생산 거점 구축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5년을 기준으로 직전 해인 2004년 현대차·기아는 국내 공장에서 269만대를 생산했지만,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302만대를 생산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12.1% 증가한 수치다. 수출금액 증가 폭은 더 주목할 만하다. 2004년 203억6000만달러(약 25조8000억원)이었던 현대차·기아 수출액은 지난해 363억8000만달러(약 46조2000억원)로 79% 확대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은 현지의 긍정 여론을 형성하고 고객 니즈를 신속하게 반영해 브랜드 신뢰도 제고는 물론 판매 증가를 촉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궁극적으로 현지 공장과 함께 미국 제품 공급을 담당하는 국내 공장의 대미 전기차 수출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 건설 이후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했다. 공장 가동 이전인 2004년 연간 70만대에도 못 미쳤던 양사의 미국 내 판매량은 2021년 149만대로 2배 이상 늘었다. 2021년 국내 판매량(126만대)보다 월등했다.

국내 고용도 탄력을 받았다. 현대차와 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직원 수는 2만2000명 늘었다. 현대차·기아의 직원수는 2004년 8만5470명에서 지난해 10만7483명으로 26% 증가했다. 국내의 연구개발 기능 강화로 2007년 5931명이었던 국내 현대차 연구직 인원은 2020년 1만1739명으로 97.9% 증가했다. 국산 부품의 해외 수출 증가와 부품 협력업체의 글로벌화도 눈에 띈다. 2004년 국내 자동차 부품의 수출액은 60억1700만달러(약 7조60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4배가량 증가한 227억7600만달러(약 28조9000억원)의 부품을 수출했다. 또한 748개사에 달하는 1·2차 협력업체들이 현대차그룹과 함께 해외에 동반 진출했다. 그 결과 협력업체 평균 매출액은 2004년 979억원에서 2020년 3196억원으로 3.3배, 자산규모는 702억원에서 2612억원으로 3.7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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