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신(新)외부감사법(신외감법) 시행 후 3년이 지난 가운데 회계사 인력난이 가중하고 있다. 빅4(삼일·삼정·한영·안진)회계 법인에서 신입 회계사와 1~2년 경력이 있는 회계사들을 대거 끌어당기면서 중견·중소 회계법인의 회계사 품귀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빅4에선 중견 회계법인이나 일반 기업 등으로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인력 지키기’에 나섰다. 상장사 감사를 하는 등록 회계법인 쪽에서 감사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부족분을 메워주는 제도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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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회계법인들이 연말 감사 시즌을 앞두고 인력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빅4를 중심으로 연봉 인상을 단행했고, 신입 회계사들의 채용도 대거 이루어졌다. 삼일회계법인은 385명의 신입 회계사를 뽑았고, 삼정은 7년 연속 최다 인원인 390명을 뽑았다. 한영과 안진은 각각 220명, 170명의 신입 회계사를 채용했다.
회계법인들의 인력 쟁탈전은 연말 감사 시즌과 신외감법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등 신외감법과 맞물려 회계사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기인한다. 신외감법 이후 회계사들의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회계사들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빅4에서는 연봉 인상, 성과급 지급 등을 통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회계사들이 각 산업계로 이동해 일반 대기업이나 금융권, 사모펀드 운용사(PEF), 밴처캐피탈(VC), 공공기관 등으로 빠지기도 한다. 회계업계 전반적으로 회계사 수요가 크게 늘었다.
특히 상장사 감사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크게 늘었다. 또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앞다퉈 전문가 확보에 나서면서 경영 자문 측면에서 회계전문가 영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신입 회계사 등은 빅4로 몰리고, 빅4에서 경력을 채운 일부 회계사들이 중견 회계법인이나 일반 기업 등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다.
한 중견 회계법인 대표는 “신입 회계사는 처음에 빅4에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빅4에서 대부분 채용을 했고, 1년 정도 경력이 있는 회계사들도 빅4로 이동한 상황”이라며 “중견 회계법인으로 올 인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중학교에서 제56회 공인회계사 2차 시험 응시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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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인력난이 조만간 2022년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을 정하는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매년 11월 공인회계사 자격제도심의위원회에서 선발 예정 인원을 결정한다. 위원회는 2022년 이후에는 선발 인원을 감원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회계사 인력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회계사 인력난으로 인해 신입 회계사를 많이 뽑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또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 중소 회계법인 대표는 “회계사 업계 전체로 봤을 때 현재 회계사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특수한 상황으로 본다”며 “회계개혁에 의해 주로 상장사를 감사하는 등록회계법인 인력이 부족하다. 타 감사인을 일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 책임으로 인해 국내 제도에서는 허용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이를 허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