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전혀 상반되지만 각 시대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신사임당과 쿠사마 야요이 두 여성의 작품을 함께 담아봤습니다. 젊음의 호기와 패기로 그렸어요.”
|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본, 윤오현, 노현영, 김보미 작가(사진 왼쪽부터)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열린 ‘신진작가와 함께하는 쿠사마 야요이’에서 관람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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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영 작가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열린 ‘토크Talk, 신진작가와 함께하는 쿠사마 야요이’ 이벤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쿠사마 야요이: 오리엔탈의 빛’ 특별전에서 오마주 작품으로 92세 황혼 작가의 작품에 젊은 감각을 불어넣은 노현영, 김보미, 윤오현, 이본 등 신진작가 4명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노현영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따와 한국화 속에 배치한 ‘초충도’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당대의 완벽한 여성상을 상징하는 신사임당과 시대가 강요하는 여성 이미지로부터 격렬하게 저항했던 야요이를 한 폭의 그림에 모아 놓은 재치있는 작품이다.
노현영은 또 다른 작품 ‘식탁’에서는 모두가 하나씩 갖고 있을 법한 강박을 식탁에 반찬처럼 표현해 보는 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강박을 선택하게 했다. 야요이의 작품이 강박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치유의 과정이었다면, 노현영의 작품은 보는 것으로 치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는 진행을 맡은 박현영 큐레이터가 포부를 묻자 “아트스페이스 선에서 특별전을 여는 작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보미는 야요이가 그간 정물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던 호박을 주로 그렸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그가 선보인 오마주 작품은 야요이가 호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작가의 스타일대로 풀어낸 것이다. 김보미는 “야요이는 죽지 않기 위해 무한한 점을 그렸다면, (나는) 야요이의 무한한 점을 통해 잠시나마 무한의 세계를 경험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윤오현 작가는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고립되고 냉랭한 피사체를 주로 담는다. 이번 오마주 작업에서는 야요이의 정신적인 고통과 그 착란 상태에 집중했다. 화면 속에 보이는 고통과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고통은 특정 인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말한다. 윤오현은 “작업을 통해 각자가 겪고 있는 고통에서 조금은 벗어나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본은 관객 참여형 작품을 선보였다. 야요이의 특징 중 하나인 ‘패턴’을 주제로 삼은 작품으로, 식물과 곤충의 패턴을 마치 도감의 한 장처럼 표현했다. 정형화된 패턴을 자연물에 그린 야요이와 반대로 이본은 자연물에서 정형화된 패턴을 찾았다.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들춰볼 수 있게 제작한 것도 이채롭다. 그는 “작더라도 자발적인 행동을 유발해 관람객의 경험을 다각화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트스페이스선은 오는 9월 23일까지 ‘쿠사마 야요이: 오리엔탈의 빛’ 특별전을 연다. 화가·설치미술가·전위예술가로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아티스트 중 한 명인 야요이는 동시대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다. 전시에서는 ‘화이트 인피니티’, ‘호박’, ‘정물’ 시리즈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본, 윤오현, 노현영, 김보미 작가(사진 왼쪽부터)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열린 ‘신진작가와 함께하는 쿠사마 야요이’에서 관람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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