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뉴욕=김정남 특파원] 국내 온라인 쇼핑업체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이르면 다음달께 증시 데뷔가 점쳐진다.
쿠팡, 미국 NYSE 상장 절차 돌입
쿠팡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이하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상장될 보통주 수량과 공모가격 범위는 아직 미정이다. 쿠팡은 보통주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CPNG’ 종목코드로 상장할 계획이다. 쿠팡은 상장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추진 대상은 쿠팡 지분 100%를 가진 모회사 쿠팡LCC(미국 법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후 쿠팡의 기업가치는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최근 쿠팡의 상장 가능성을 보도하며 “기업가치가 300억달러(약 33조원) 정도로 평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간 누적된 쿠팡의 적자 규모 탓에 250억달러 가량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쿠팡은 그간 미국 증시 상장 의지를 꾸준히 밝혀 왔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현 이사회 의장)는 설립 이듬해인 2011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스닥에 직접 상장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이 2019년 10월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비롯해 알베르토 포나로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이클 파커 최고회계책임자(CAO) 등을 잇달아 영입한 건 나스닥 상장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쿠팡은 당초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이번에 NYSE 상장 절차를 밟게 됐다.
이번 상장에 성공하면 쿠팡LCC의 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 회장은 쿠팡 ‘출구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쿠팡에 27억달러를 투자해 쿠팡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상장, 적자 기조 돌파구 될까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은 오픈마켓 셀러의 상품 보관·배송과 고객 서비스 응대까지 대행하는 로켓제휴 서비스를 시작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며 “수수료 수익 확보를 통한 단가 하락과 플랫폼 내 카테고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필먼트 서비스 본격화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로켓제휴 수수료는 기존 입점 수수료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려의 시각 역시 존재한다.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 국내 포털 1위 네이버를 방문하는 등 반(反) 쿠팡 동맹 움직임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물로 나온 이커머스 1위 기업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국내 시장이 뒤바뀔 수 있다.
SK그룹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 또한 아마존과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를 빼면 아직 뚜렷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쿠팡 입장에서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장 성공을 위해서는 극적인 수익 개선으로 시장의 비관론을 불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2019년 매출은 전년 대비 64% 성장하는 가운데 영업손실은 7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축소해 비관론에 균열이 생겼다”며 △점유율 상승에 따른 매입 가격 협상력 향상 △매출 상승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 △마켓플레이스, 광고, 풀필먼트 등 수익성 높은 수수료 매출 비중 확대 등을 이유로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