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도 안 쓴다"는 '아베노마스크'…비판 여론에 8천만장 배포 취소

  • 등록 2020-08-01 오전 12:15:00

    수정 2020-08-01 오전 12:15:00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천 마스크 8000만 장을 유치원 등에 추가 배포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4일 만에 비판 여론에 밀려 결국 포기했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달 말부터 9월까지 유치원, 보육소, 장애인시설, 경로시설 등에 추가로 면 마스크를 한 사람당 7장씩 나눠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배포 대상 시설에서 천 마스크는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야당 등에서도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자 일률 배포 계획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31일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천 마스크를 일률 배포하는 계획을 취소하고 희망하는 시설에만 배포한다고 발표했다.

아베노믹스(Abenomics·아베의 경제 정책)를 빗대서 아베노마스크로 불리는 이 마스크의 제작 및 배포에는 총 466억 엔(약 5228억 원)이 투입됐는데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다.

아베노마스크는 가로 13.5cm, 세로 9.5cm인 거즈 소재의 마스크로 신축성이 없고 코와 입을 덮을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형태여서 아베 총리 정권의 코로나19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사진=AFPBNews)
이후 일본 정부가 배포한 천 마스크는 작고 불량품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해당 천 마스크에서는 벌레, 곰팡이, 머리카락 등의 이물질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고, 결국 업체는 전량을 회수해 재검품해야 했다.

앞서 아베 신조 정권은 이들 시설에 4월부터 2000만 장, 6월부터 4000만 장의 천 마스크를 배포한 바 있다. 하지만 구청에서는 ‘필요없는 아베노마스크 기부하세요’ 코너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에 배포되는 마스크는 아베노마스크라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된 전국 가구 배포 천 마스크와는 다른 사업이지만, 마스크의 소재와 형상은 동일하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천 마스크 배포 사업을 무리하게 지속하는 것은 이미 발주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가 후생노동성의 계약서 37통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배포 및 발주가 끝난 천 마스크는 총 2억 8700만 장이었다. 모든 가구에 2장씩 배포하는 정책으로 1억 3000만 장을 소화했지만, 여전히 1억 5700만 장이 남는다.

전체 발주 비용은 507억 엔(한화 약 5억 675억 원)이며 모두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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