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집에서 3인분을 주문하니 커다란 부대찌개가 담긴 냄비, 뚝배기 가득 부푼 계란찜, 그리고 몇 가지 마른반찬이 식탁 위로 착착 올라왔다.
“사장님, 저희 앞 접시랑 국자 좀 주세요”
곧 작은 크기의 국자와 사람 수만큼의 앞 접시가 놓였다. 각자 숟가락에 입을 대기 전 계란찜을 조금씩 덜어갔다. 찌개 속 라면이 익자 누군가 수저통에서 새 젓가락을 꺼내 라면을 떠 자신의 그릇으로 덜어갔다. 이후 모두가 자신의 젓가락 대신 냄비 근처에 놓인 젓가락을 이용해 각자 덜어먹기 시작했다.
최근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게 된 풍경이다. 음식을 내올 때부터 각자 덜어 먹을 그릇과 국자를 내어주는 곳도 많다. 한때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놀라는 식문화로 꼽히기도 했던, 먹던 숟가락으로 찌개를 떠먹는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월,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 찌개와 같은 뜨거운 요리보다 함께 놓고 먹는 김치나 나물 등 찬 반찬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상차림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A형간염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부터다. 여기에 지난 몇 달 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 특히 식사를 함께 한 사람들이 감염된 경우가 많이 나타나면서 경각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겸상 속 1인상을 차리듯 접시와 집게, 국자를 사용하는 것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고 있다. 방역을 위해서는 완전한 1인상이 더 좋겠지만 모든 반찬을 사람마다 따로 차리려면 비용과 노동력이 만만치 않기에 만들어진 일종의 타협점인 셈이다.
식문화 전문가들은 겸상 문화는 전통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조선시대까지는 독상이 표준이었기에 한 사람씩 따로 밥을 차리기 위한 소반이 각 집마다 여러 개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식량이 부족해지자 적은 양으로도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가족상이 발달하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
지난 9일 황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용 반찬의 위생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됐지만 쉬 바뀌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공용 반찬 문화론”이라며 “한 그릇의 음식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집어넣어 먹는 게 한국인이 유독 인정이 넘쳐서 그런 것이고, 이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문화”라는 것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즉, 아쉬움 없이 바꿔도 무방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