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속살] “어른들이 대학생 되면 살 빠진대요”

소아비만→청소년 비만...대사증후군 발생 위험↑
고혈압·중성지방 등 위험
고른 영양섭취 및 꾸준한 유산소운동 필요
  • 등록 2020-02-22 오전 12:30:00

    수정 2020-02-22 오전 12:30:0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우리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먹지 않습니다.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고 믿고요. 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진 속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속설들을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고 우리가 왜 믿어야 하는지를요. 김 기자의 ‘속살’(속설을 살펴보는)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사진=이데일리)
“저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저는 친구들에 비해 조금 키가 작고 통통한 편이에요. 이것 때문에 약간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그런데 어른들은 저를 볼 때마다 웃으면서 자꾸 더 먹으래요. 어릴 때 찐 살은 나중에 어른이 되면 키로 간다고요. 저는 배불러 죽겠는데 음식을 더 주시네요. 어른들 말 믿고 더 먹어도 될까요? 제가 대학생이 되면 정말 제 배가 홀쭉해지고 키가 클 수 있을까요?”

함정이다. ‘어릴 때 살찌면 키로 간다’, ‘대학 가면 저절로 살 빠진다’는 검증되지 않은 속설이다.

만약 고등학교 때까지 과체중이었다가 대학생이 돼 10㎏ 이상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잘 컸으면 하는 바람’으로 음식을 권한다. 하지만 그들이 당신의 비만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과식은 지나치면 병이 된다. 당연히 키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면 크는 거다. 하지만 비만은 영원히 내 ‘단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강북삼성병원과 한림대 성심병원 연구팀은 국내 초등학생 4000여명을 15년간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소아비만이 청소년기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같은 시기 대사 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2005년 서울 중구, 경기 과천·안산·안양·수원 등에서 살고 있던 참가자(당시 초등학교 1학년) 4086명을 15년 넘게 연구 중이다. 특히 강북삼성병원 연구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아일 때 비만이면 청소년기에 비만할 확률이 높고, 정상 체중과의 차이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데일리)
강북삼성병원 연구팀은 대상자 중 2540명의 건강검진 결과와 식습관, 신체활동, 수면, 흡연, 음주 등 건강상태, 정신건강, 성 성숙, 비만과 체중 조절, 가족의 사회경제적 수준 등을 조사했다. 소아비만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부모의 식습관, 패스트푸드 과잉 섭취, 탄산음료 섭취, TV나 스마트폰 과도한 시청 등이 꼽혔다.

문제는 소아비만이었던 아이가 청소년기에 대사증후군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는 거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대상자 중 1309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비만 소아 청소년의 31.32%(410명)가 고혈압과 높은 중성지방, 낮은 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 등 대사증후군을 겪었다.

그렇다면 이미 찐 살, 아이들은 어떻게 빼야 할까. 아이들이 극단적인 금식, 과도한 운동을 하는 건 좋지 않다. 인기그룹 ‘위너’의 송민호도 고등학교 시절 체중이 90㎏를 기록했지만 방학 때 ‘블락비’ 피오와 합숙하면서 단식으로 20㎏의 체중을 감량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살 빼려고 찜질방에 갔다가 수분 부족으로 피오와 쓰러졌다고 한다.

(왼쪽부터) 송민호 학창시절, 정형돈. (MBC ‘라디오스타’ 캡처)
소아비만은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성장을 고려한 영양 섭취와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운동은 걷기, 자전거 타기, 줄넘기 등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게 좋다. 또한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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