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년 지난 키코 재조사…실익 있겠나

  • 등록 2018-07-11 오전 5:00:00

    수정 2018-07-11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키코(KIKO) 등 과거에 발생한 소비자 피해를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벌어진 키코 사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지난해 말에도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키코 계약 재조사 등을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 및 재발 방지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금융 당국에 권고했었다. 이번 발언도 이 같은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키코는 은행이 지난 2007~2008년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여주겠다며 국내 수출 중소기업 등에 집중적으로 판매한 파생 금융 상품이다. 하락하던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치솟으면서 기업 1000여 개가 손해를 입고 300여 개가 폐업과 부도를 맞는 등 부실화했다. 문제는 법원이 키코 사태를 이미 오래전에 매듭지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9월 대법원은 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낸 키코 소송 4건을 다루며 “키코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키코가 환율 변동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 위험을 회피하는 기능을 하는 정상적인 보험 상품이라는 것이다. 검찰도 이보다 앞선 2011년 키코를 판매한 은행 11개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미 지난달 25일 키코 사건 대응을 위한 합동 전담반까지 구성해 과거 키코 사건으로 법원 판결을 받지 않았으며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분쟁 조정을 신청한 5개 회사를 대상으로 현황 파악 등에 착수한 상태다. 법원이 결론 낸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보다 금융회사가 그 계약의 위험성 등을 고객인 기업에 제대로 설명했는지 ‘불완전 판매’ 여부를 주로 살펴보겠다고 한다.

금융 소비자 눈물을 닦겠다는 윤 원장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10년 전 사건을 재조사해 얻을 실익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속이 까맣게 탄 피해 기업인이 불완전 판매에 따른 일부 피해 보상 정도로 만족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금감원이 키코가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사기 상품’이라며 대법원 결정을 뒤집는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금감원은 과거 사건 재조사가 미칠 파장을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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