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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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국내 은행장의 임기가 3년도 채 안되는 반면 미국의 경우 JP 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골드만삭스(Goldman Sachs)·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메릴린치 뱅크오브아메리카(Merrill Lynch BoA)·씨티그룹(Citi) 등 5개 대형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 평균 재임기간은 69.6개월(5.8년)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31.1개월(2년 반) 이상 길다. 시중은행장 임기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일본도 노무라(Nomura)·다이와(Daiwa)·미쓰비시(Mitsubishi)·UFJ·SBI 등 5대 대형사 CEO 평균 임기가 50.6개월로 우리보다 훨씬 장기간이다. 미국은 최대 132개월(11년)이며 일본 역시 156개월(13년)에 이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전후 8년간인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살펴보면 미국 대형사에서 3년 미만 재직한 CEO는 단 2명으로 메릴린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존 테인과 켄 루이스다. 이 둘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위기에 빠진 메릴린치를 수습하고 BoA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CEO로 재임한 인물들이다. 존 테인은 지난 2010년 2월부터 9년째 씨티그룹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특히 미국은 임기가 3년 이하인 단기 CEO 비중이 10%대로 매우 낮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지난 2005년부터 13년 넘게 활동하고 있고 리처드 페어뱅크 캐피털원 파이낸셜 회장은 무려 21년여 회사를 이끌고 있다. 웰스파고는 최근 16년 동안 리처드 코바세비치와 존 스텀프 등 2명이 각각 회장·은행장을 겸임했다. HSBC의 스튜어트 걸리버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씨티그룹 마이클 코뱃 등도 5년 이상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0년 이상 한곳에서만 CEO로 근무한 인물은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13년 6개월)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11년 4개월) 둘뿐이다. 다음으론 박진회 씨티은행장과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정도가 꼽힌다. 하 전 행장 후임으로 2014년 10월 취임한 박진회 행장은 지난해 3년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0년 10월까지 72개월 근속한다. 박종복 행장 역시 2015년 1월부터 3년씩 연임에 들어가 2021년 1월까지 6년 임기다. 박 행장의 경우 대출채권·유가증권 규모와 수익률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이 증가하고 비용관리와 생산성 향상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연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재임 CEO는 교체과정에서 살아남은 탁월한 경영자”라며 “미국·일본 등 글로벌 선진금융사에서는 이사회 및 지배주주가 깊은 신뢰를 갖고 CEO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준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