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가구 디자이너가 된다? ‘프로슈머’ 마케팅 눈길

“한샘 가구디자이너로 데뷔한 블로거 ‘비타은영’씨”
개선점 제안뿐만 아니라 가구 설계도 직접 참여
우수 설계 선정해 고객 이름 딴 제품 출시 계획
  • 등록 2018-02-17 오전 5:05:00

    수정 2018-02-17 오전 5:05:00

블로거 승승씨가 한샘 에딧(EDIT)으로 직접 꾸민 장식장. (사진=한샘)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제가 설계한 장식장이 상품으로 출시된다고 하니 마치 가구 디자이너가 된 기분이에요”

지난 14일 상암동 한샘 사옥에서 열린 신제품 ‘에딧’(EDIT)의 사전체험단 행사에서 블로거 ‘비타은영’씨가 밝힌 소감이다.

가구업계에서 ‘프로슈머(prosumer)’를 활용한 마케팅이 눈길을 끌고 있다. ‘프로슈머’는 소비는 물론 제품 생산과 판매에도 직접 관여하는 등 해당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이전부터 식음료, 패션 등 유통 분야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인테리어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신제품 가구에도 소비자들의 입김을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009240)은 최근 신제품 ‘에딧(EDIT)’을 출시했다. 영어로는 ‘편집하다’, ‘수정하다’라는 의미를 담은 제품으로 총 12가지 크기의 프레임에 선반, 서랍 등을 조합해 드레스룸, 책장, 장식장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타공판, 옷걸이 등 액세서리도 10종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자유자재로 조립 및 변형이 가능하다.

한샘은 출시 3개월 전부터 홈페이지에서 공모를 통해 총 8명의 사전 체험단을 모집했다. 체험단 이름은 신제품 에딧을 활용해 직접 공간을 설계한다는 의미를 담아 ‘에디터’(EDITOR)라고 정했다. 이들은 가구 모듈을 활용해 제품을 설계해본 후 회사에 개선점을 제안했다. 다양한 모듈을 활용해 개발자들도 생각하지 전혀 새로운 조합을 보여주기도 했다.

에딧의 개발 책임자인 이경섭 팀장은 “‘레고’ 블록의 경우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 세계 팬들이 창작물과 창작법을 공유하고 회사 측은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 신제품 출시 등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듈형 가구도 레고 블록처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고객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블로거 ‘승승’씨는 거실장식장을 만들 때 보기 싫은 전선을 가림 수납으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샘은 이를 바탕으로 슬라이딩 도어를 출시했다. ‘비타은영’씨는 베란다에 공구 수납장을 만들었는데 타공판을 활용해 각종 공구를 깔끔하게 걸어서 눈길을 끌었다. ‘러브러스’씨는 어항장식장을, ‘TOKI’씨는 다용도 수납장을, ‘하품’씨는 고등학생 자녀를 위한 책장겸 옷장을 설계하는 등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공간 특성에 맞춰 다양한 구성을 선보였다.

이 팀장은 “고객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모듈형 가구 특성이 잘 맞아 떨어졌다”며 “우수 사례 중 하나를 선정해 고객의 이름을 딴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도 있다. 올해 하반기에 한샘의 디자이너와 4명의 블로거가 낸 아이디어를 반영해 실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 고객이 한샘의 ‘가구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라 전했다.

한편 사전 체험단은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온라인 프로모션 홍보에도 적극 참여해 1석 2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에 제품 설계부터 설치과정과정을 설명하고, 고객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 공감을 얻고 있는 것.

지난 12월부터 체험단 리뷰가 게재되기 시작하자 신제품 에딧의 검색량은 한달 전에 비해 약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월 3만세트 이상 판매되며 국민책장이라 불리는 ‘샘책장’에 버금가는 수치다.

한샘 관계자는 “홈 인테리어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가구에 대한 고객들의 기준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업체들이 고객의 의견을 듣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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