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봉이 김선달]①안 보이는 것도 팝니다..김선달의 후예들

공기캔 판매 본격화..생수시장 성장세 재현 전망
물건, 매장 없어도 다양한 사업 가능..'아이디어 싸움'
  • 등록 2017-06-02 오전 5:00:00

    수정 2017-06-02 오전 5: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공기를 사서 들이마시는 시대가 열렸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휴대용 산소캔 등 공기나 산소를 공급하는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며 본격적인 관리에 돌입했다. 깨끗한 공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공기를 판매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동시에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한편에서는 미세먼지나 황사를 생각하면 공기 판매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국내 오픈마켓에서도 ‘바이탈리티’라는 캐나다 업체의 공기캔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생수 시장을 생각하면 공기를 판매하는 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생수는 판매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제품이었다. 물을 사 먹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인식이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생수시장 규모는 8000억원, 2~3년 내 1조원 돌파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발 빠르게 공기 판매에 돌입한 업체들은 앞으로 커나갈 시장을 선점한 셈이 될 수도 있다. 대동강 물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과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사고가 새로운 산업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IT)과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판 봉이 김선달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산업이 개화하고 있다. 공장이나 물건 하나 없이도 돈을 벌고 수익을 남긴다. 불황과 저성장이 지속되는 현대 산업 구조에서 발상의 전환, 아이디어로 돈을 버는 것만큼 효과적인 사업도 없다는 평가다.

우버는 택시 한 대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승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하는 플랫폼 하나로 지난해 순매출만 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의 구글, 국내 네이버 등 포털업체도 처음 시작할 때는 직접 만들어낸 콘텐츠 없이 ‘터’만 제공해 지금의 위치에까지 올랐다.

물건을 팔거나, 물건을 팔 장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했던 유통가에서도 봉이 김선달 사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코스트코의 대형 제품들을 구매해 나눠 파는 사업 모델이 등장했는가 하면, 중고를 판매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하나로 시작한 ‘중고나라’는 2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 광고로만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스타트업 열풍도 대부분 기존에 있는 사업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 싸움이 되고 있다. 홍성태 한양대 교수는 “유통의 중간 단계를 걷어내고 소비자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다양한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고, 이러한 산업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진입 장벽이 낮아 사업자가 많아지면 자칫 가격 경쟁으로 잘못 흐를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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