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로직스, 4년만에 또 '법정관리' 신청 왜?

"부실책임 안 지고 경영권 유지"..제도 악용 의혹
  • 등록 2015-07-17 오전 1:00:00

    수정 2015-07-17 오전 1:00:00

삼선로직스 홈페이지 캡쳐.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비상장 중견 해운사인 삼선로직스가 4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이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아직 법원에서 회생 개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해운업계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오너인 송충원 삼선로직스 회장이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삼선로직스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또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도 같이 접수했다. 회생절차 신청은 2009년 2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1983년 설립된 삼선로직스는 호황이던 2000년 초반 벌크선사 상위 5위권 안에 들어간 업체다. 벌크선 중심의 해상운송 서비스와 철강·원재료 등의 수출입 무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적선사로 성장해 왔다. 한국전력공사, 포스코, 포스코특수강 등이 삼선로직스의 주요 고객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2009년 2월 6일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난 뒤 2년도 안 된 2011년 5월 조기 졸업했다. 당시 채무의 66% 정도를 탕감받았고, 나머지 34%는 출자전환과 매년 일정 정도를 갚아나가는 형태로 회생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갚을 금액 중 343억원 가량을 변제하지 못하고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삼선로직스는 현재 변제계획과 관련해 현금변제분 중 16% 정도를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를 출자전환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첫 번째 법정관리 당시 빚 대부분을 탕감받는 셈이다.

삼선로직스는 채권자인 한 국내 상장 해운사에 2011∼2014년까지 4년간 90억원을 갚지 않았고, 최근엔 2개의 해운사와 1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각종 소송에 휘말린데다 부진한 업황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선로직스가 2차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업황이 완연히 개선되지 않은데다 부실 정리와 채무 변제 등 회생계획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선로직스 오너가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송 회장은 1차 회생절차 때도 실질 경영권을 유지해왔다. 졸업 후에도 대주주 지위를 다시 얻어 회사를 운영해오고 있다. 팬오션(옛 STX팬오션) 등 상장사들이 해운업 불황 속에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내몰리거나 부실책임을 지고 오너가 경영권을 내려놓은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는 법정관리 신청 2주 전에 공동대표인 허현철 사장이 사임했다. 이를 두고 오너인 송충원 회장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상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를 활용해 자신이 관리인이 되려는 조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삼선로직스는 법정관리 신청 전날인 지난 2일 도매유통업을 하는 계열사 바로코사의 유상증자에 40억원을 납입했다. 변제 계획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선로직스의 임원이 고스란히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자금을 지원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 바로코사는 삼선로직스가 지분 73.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선로직스가 청산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계열사 지급보증만 없다면 바로코사는 독자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선로직스와 용·대선(선박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것) 계약을 한 업체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막대한 채무를 헐값에 탕감받고, 경영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다”며 삼선로직스 사태가 해운업계 부담이 될 것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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