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강남훈 이사장 "산업단지, `굴뚝` 벗고 `스마트` 첨병된다"

노후화된 산단…스마트 융복합 중심지로 키울 것
매주 2차례 이상 현장방문..`우문현답` 실천
글로벌 강소기업 발굴 핵심과제..언론 역할 필요
  • 등록 2015-06-16 오전 3:00:00

    수정 2015-06-16 오전 8:29:42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산업단지. 구미공단, 반월공단, 시화공단 등 국가가 정책적으로 건설한 산업단지는 41개. 지자체 등을 포함하면 1000여개에 달한다. 관리 면적만 서울시의 2배에 이른다.

하지만 산업단지들이 반 세기가 지나면서 노후화된 단지를 새롭게 재생하고, 제조업 뿐 아니라 서비스업이 함께 공존하는 기업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전히 굴뚝에서 연기가 날 것 같은 산업단지를 ‘스마트’하게 바꾸고, 창조경제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남훈(54)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만났다.

MB정부시절 출입기자와 대변인으로 만난 당시 강남훈 국장의 이미지는 ‘소신있는’ 공무원이었다. 대외관계도 원만하고, 업무능력도 상당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7년이 지나 산단공 이사장으로 마주한 그는 여전했다. 매주 2번씩 현장방문을 다니며 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하고 독일, 싱가폴, 스웨덴 등 해외 출장에서 산업단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있다.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지난 30년간 나무보다는 숲을 그리는 일을 주로 했다면, 산단공에 와서는 숲 속에 나무들이 제대로 잘 크고 있는지, 아픈데는 없는지 살펴보는 일을 하고 있죠. 좋은 정책이 현장에서 잘 반영되지 않는 이유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개선하는 일은 산단공 이사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흔히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우문현답)’고 하는데 그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취임 후 1년 반동안 강 이사장이 찾아다닌 기업은 200여곳을 넘는다. 그는 손수 페이스북에 방문 기업의 체험 글을 꼭꼭 남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이 현장을 두루 돌아다니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죠. 제가 돌아다니며 현장의 어려움이 뭔지, 기대는 뭔지, 필요한 것들에 대한 개선과정을 만들고 해당 기관에 의견을 개진합니다. 정부부처가 탑다운 방식의 접근이라면 산단공 이사장은 사소한 것부터 바텀 업으로 접근하는 게 다릅니다.”

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의 생색내기용 정책이나 일회성 간담회에 지쳐있다. 때문에 그는 의견을 들으면, 상황 파악부터 사후 조치까지 꾸준히 이행하려고 애를 쓴다.

원주 농공단지에 입주한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각종 정부부처나 지자체에서 1년에 통계조사를 10차례나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통계청, 중기중앙회, 원주시청, 강원도 등에서 조사하는데 종업원수, 매출, 소재지 등 비슷한 항목도 많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사무직 한 명이 수출도 해야 하고 경리도 봐야 하는데, 통계조사에 응하느라 일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공통항목은 공유하고, 필요한 것만 물어보도록 관련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얼마 전 창원지역에서 기업간담회를 했는데, 창원산업단지에는 제조업지원 서비스업이 입주할 수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 등이 제품을 만들면, 품질을 테스트하고, 보증하는 게 필요한데, 창원단지에서는 제조업이 아니라고 해 품질테스트 보증업체의 입주를 거부했다고 한다. 제조업 지원 서비스업이 있어야 품질 보증이 되고, 수출이 되는 필수적 과정인데도 말이다. 알아보니 법률적으로는 하게 돼 있는데 개별 산단 쪽에서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문제가 있었다. 제조와 서비스가 같이 가도록 산업과 기술의 융합추세에 맞춰 잘못된 부분들을 고쳐보려고 한다.”

강 이사장은 남은 임기동안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과 노후산업단지 재생 및 기업 혁신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남훈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가장 인상적인 기업인을 꼽는다면.

=파주에 있는 산업용 나이프를 만드는 곳으로 30년간 동일한 업무를 해오고 있다. 나이프를 만들다 보니 부싯돌을 갈고 불꽃이 튀는데 한 노인분이 쭈그리고 앉아 칼을 갈고 있었다. 숙련공인가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창업주 회장이 동생에게 경영을 물려주고, 일반 노동자와 함께 칼을 담금질하는 것이었다. 아마 이런 장인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겠나 생각한다. 이런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

△산업단지 스마트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다소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융·복합 공간으로 바꿔 나가려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 다음달까지 노후산단 지원을 위한 특별법의 하위법령을 마무리하고, 산업단지를 혁신, 재생하는데 산업통상자원부 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등 범정부가 함께 나설 계획이다. 산업단지에 LTE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포함해 스마트 팩토리로 바꾸는 종합적인 방안을 조만간 공개한다. 이미 지난 6개월간 해외 사례조사, 실태조사 등을 거쳐 스마트 산업단지로 바꾸는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했고, 6월중에는 정부차원에서 확정 발표할 것으로 안다.

실제로 산업부는 미래부 등과 함께 LTE망 구축을 비롯해 산업단지에 특화된 별도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4개 단지에 진행하고 있으며,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 등 IT와의 스마트한 연계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래의 산업단지 모습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지난 50년간 제조업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기존엔 공장, 순수제조업으로만 인식하다 산업단지로 바뀌었다. 이제는 여러 기술간 융합이 필요하고, IT, 소재기술 등과 융합화되는 추세다. 또 젊은 인력이 와서 일할 수 있는, 역동감있는 공간으로 바꾸어 가기 위해 선취업 후진학 제도, 일학습병행제 등을 연계하고 있다. 산업단지의 융·복합은 우리뿐 아니라 대만, 싱가폴도 똑같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우리 제조업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취임한 지 벌써 1년반이 지났다. 잔여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목표는 딱 두 가지다. 먼저 산업인프라로서의 산업단지를 창의형 융·복합 산업단지로 바꿔나가야 한다. 중국 등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면 전통적 산업단지보다 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스마트한 산업단지로 변모해야 한다. 정보기술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을 확산해서 산업을 융합화할 수 있는 성과를 내보겠다. 둘째는 산업단지 자체도 중요하지만 각 개별기업(나무)도 중요하다. 글로벌 선도기업, 강소 중견기업들을 체계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기업성장종합지원센터를 발족하며 경영, 기술, 금융, 수출, 마케팅 전문가들이 맞춤형 도움을 주고 있다.

△산단공 입주업체들을 대신해 꼭 하고 싶은 말은.

=기업에서 생각하는 애로 등을 해결하는데 언론이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대기업의 단가인하 압력 등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이 납품을 하려면 기술도면, 원가계산서, 수입원장까지 가져오게 한다. 외국의 경우 제품 품질이 어느정도인데, 공급가격은 얼마다 하면 끝이다. 대기업이 하청업체들 품질관리 명목으로 현장관리 나오는데, 명분은 좋아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단가를 내리려는 게 대부분이다. 공정위가 몇 달전 대기업이 원가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는 것을 불공정행위로 분류하고 단속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이 투자도 하고 생산성도 높여 재투자를 하려면 보다 세심한 언론,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강남훈 이사장은 1961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계성고, 서울대 무역학과, 행정학 석사를 마치고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1982년 26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 지식경제부 대변인, 자원개발정책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 등을 지내고, 대통령실 지식경제비서관을 맡았다. 2013년 9월부터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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