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알피니언 "토종 초음파치료기로 GE·필립스와 맞짱"

'개발주역' 손건호 이사, 창업부터 초음파 한우물
"모기업 일진그룹 전폭 지원.. 매출 1000억 돌파 목표"
  • 등록 2014-11-17 오전 5:35:06

    수정 2014-11-17 오전 5:35:06

국내 최초의 초음파 치료기 개발을 이끈 손건호 알피니언 HIFU사업부 이사. 알피니언 제공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연말까지 국내 최초의 초음파 치료기를 출시한 뒤 내년부터 제너럴일렉트릭(GE),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겁니다. 승산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료기기 전문기업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알피니언)의 초음파 치료기 개발을 이끈 주역인 손건호 HIFU사업부 이사는 1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향후 시장 공략을 위한 청사진을 설명했다.

알피니언은 12월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가를 받고 제품을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초음파 치료기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로 자궁근종이나 암세포 등의 종양을 제거하는 의료기기다.

손 이사는 “절개나 마취를 하지 않고 종양을 간단히 제거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며 “현재 초음파 치료기 시장은 3000억원 안팎으로 개화 단계지만 조만간 수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같은 성장 잠재력에 매혹돼 초음파 치료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실제로 제품을 출시하고 성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국내 기술로 초음파 치료기 개발에 성공한 곳은 알피니언이 유일하다. 토종 강소기업 알피니언의 행보에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손 이사는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전할 만한 여지가 있다”며 “초음파 치료기를 앞세워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게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특히 알피니언의 제품은 초음파 진단기로 종양 위치를 파악하고 HIFU로 치료하는 방식으로, 치료 시간과 제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GE나 필립스가 채택하고 있는 자기공명장치(MRI) 기반의 초음파 치료기는 치료 시간이 3시간 이상이지만 알피니언 제품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치료기 가격도 40% 정도 저렴하다.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알피니언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 초기부터 ‘초음파’라는 한 우물만 팠기 때문이다. 2007년 설립된 알피니언은 4년 간의 연구개발(R&D) 끝에 첫 초음파 진단기 제품을 내놨다. 이전까지 국내 기업 중 초음파 진단기를 출시한 곳은 삼성메디슨이 유일했다. 이후 알피니언은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이같은 성과는 모기업인 일진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진그룹은 돈을 한 푼도 못 버는 자회사의 기술력 하나만 믿고 300억원 이상을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결국 알피니언은 삼성그룹을 등에 업은 삼성메디슨보다 앞서 초음파 치료기까지 출시하게 됐다.

손 이사는 “이제 초음파 진단기는 성장률이 5% 내외인 레드오션이 됐다”며 “초음파 치료기는 가격이 진단기보다 40~50배 비싸 알피니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치료기 개발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처음 연구를 시작한 때로부터 개발을 완료하기까지 7~8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인력들이 ‘시간과의 싸움’을 버티지 못하고 조직을 떠났다.

손 이사는 “임상 실험 대신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사용해 치료기 성능을 시험했는데 대량으로 고기를 구매하다보니 도살장 관계자들과 친해지기도 했다”는 후일담을 소개하며 웃었다. 이어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개발에 열중했던 직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알피니언은 내년부터 우선 국내 시장 공략에 주력한 뒤 해외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또 치료 적용 범위도 수요가 많은 자궁근종에서 시작해 암 등 악성 종양 분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알피니언이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뒤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초음파 치료기 ‘알피우스 900’. 알피니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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