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인기학과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지금은 대학배치표에서 서울대 자연계열 학과가 전국 최하위 의대보다 낮은 곳에 있지만 1980년대에는 연고대 의예과보다 위였다. 의대 약진은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소득 수준과 사회적 지위, 직업 안정성을 중시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기학과 80년대 전자공학·2000년 들어 의대 부상
대학의 ‘이름값’은 세월 속에서도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인기학과는 우리 경제를 이끄는 주력 산업의 변화와 사회흐름에 큰 영향을 받았다. 경제개발 초기단계인 1960년대에는 정부가 섬유산업과 식량생산에 필수적인 비료산업에 집중하면서 화학공학과 섬유공학과가 각광을 받았다.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 중동건설 붐이 일었던 1970년대에는 기계공학과와 건축공학과에 학생들이 몰렸다.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전자공학과에 수험생들이 몰렸고 1990년대에는 IT열풍에 힘입어 컴퓨터와 정보통신 관련 학과들이 인기였다.
의사와 약사 등 의학계열 선호현상이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로 평생직장 신화가 무너지면서 실직 걱정이 적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자연스레 의학계열에 우등생들이 모여들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IMF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이공계 연구인력을 줄였고 졸업 후 확실한 진로와 고소득이 보장되는 의학 쪽의 인기가 크게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가 되면 고소득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친 전문의가 대학병원에서 ‘펠로우’로 일하는 경우 8000만~9000만원 수준에서 연봉이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학위를 따고 대기업에 선임연구원으로 입사를 해도 연봉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학원 관계자는 “공부하는 학생들의 대다수가 진로와 수입에 대한 불안감으로 의전원 입학을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과학영재들 이공계 대신 의대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홍의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대와 KAIST에게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1~2013년) 서울대 공대·자연대와 KAIST 학업중도포기자 496명 중 15%(72명)의대 혹은 약대에 재입학했다. 또한 최근 3년간(2012~2014년) KAIST 학사졸업생(2566명)의 무려 19.3%(327명)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로스쿨에 입학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법조인 등용문으로 각광받던 로스쿨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로스쿨 제도가 2009년부터 도입되면서 매년 1500명에 달하는 법조인이 배출됐고 변호사수가 급증하면서‘변호사 자격이 고소득을 보장한다’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깨졌다.
최근 5년간(2009~2013년) 로스쿨 입학생 중 4%가 넘는 433명이 자퇴·미등록·미복학 등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로스쿨을 통해 2012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남형석(가명·38)씨는 “일자리는 제한적인데 반해 변호사 인력이 많아졌다. 지금 들어오는 변호사들의 처우는 우리 때보다 좋지 않다”며 “로스쿨을 졸업하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新계급 연봉]산업별 연봉…금융·보험 7360만원 '최고'
☞ [新계급 연봉]'신의 직장' 한국거래소…민간·공기업 통틀어 '연봉 킹'
☞ [新계급 연봉]SKT, 삼성전자·금융사 제치고 '연봉 1위'
☞ [新계급 연봉]"억대 연봉은 쫓는 게 아닌 쫓아 오는 것"
☞ [新계급 연봉]꿈은 억대 연봉…현실은 바늘구멍
☞ [新계급 연봉]"행복은 연봉巡이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