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새내기 ‘라임 투자자문’의 투자 성적표다. 그 중심에는 최연소 국내 투자자문사 대표인 원종준(사진) 대표가 있다. 설립 2년 만에 1800억원의 투자자금이 모였다. 지난 1일부터는 늘어난 고객 수 때문에 최소 일임 투자자금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였다. 16일 서울 여의도 라임 투자자문 본사에서 원 대표를 만나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들어봤다.
2012년 8월 원 대표가 자문사를 설립하던 당시, 그의 나이 서른 넷. 국내 최연소였다. 하지만 원 대표의 주식 투자 역사는 15년전인 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군 입대 전 연세대 경영대 2학년때부터 주식에 손을 댔다. 당시 주가는 IT 버블을 타고 폭등했다. 그 역시도 폭발적인 수익률을 냈다. 이에 아버지에게 1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그의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00년 들어서면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고 그의 주식도 반토막이 났다.
“아버지께 정말 고마운 것은 단 한번도 투자 수익률을 묻지 않았다는 거에요. ”
하지만 반토막 난 주식 고민에 밤잠을 설쳤다. 자식을 믿고 선뜻 거금을 빌려준 아버지를 실망시킬 순 없었다.
원 대표는 “하숙집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를 갈았다”고 회상했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미친 공부’에 들어갔다.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모조리 섭렵했고 군 복무 중에도 짬을 내 투자의 감을 잃지 않았다. 제대 후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됐고 졸업 후 모 은행의 자산운용팀에 취업을 했다.
“증권사에 입사하지 않은 이유는 직접 주식을 운용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마침 모 은행 자산운용팀에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생겼고, 좋은 평가를 받아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은행을 과감히 떠나 트러스톤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겼다. 언젠간 스스로 자산을 운용해 보고 싶다는 꿈을 위해서였다. 이후 브레인 투자자문사로 둥지를 옮겨 2년을 더 보냈다. 총 4년 동안을 국내 내노라는 투자자문사에서 일하며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새벽 7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합숙 훈련’을 했다고 했다.
“다들 미쳤다고 했죠.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젊은 나이에 투자자문사를 해서 잘 되겠냐고 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유명 펀드 매니저도 아니었으니까요.”
‘트렌드’와 ‘실적’의 교집합을 찾아라
물론 그는 ‘스타 펀드매니저’는 아니었다. 하지만 원 대표는 뚜렷한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정립했다. 그것은 바로 ‘트렌드와 실적의 교집합을 찾는다’는 것이다.
원 대표에게 트렌드를 읽는 법을 물었다. 뜻밖에도 그는 페이스북(페북)을 많이 활용한다고 했다. 페북을 보며 사람들의 관심사를 읽는다는 것이다. 특히 여의도를 벗어나 금융과 무관한 산업계 현장 사람들과 자주 만나려고 노력한다.
“나이가 들면 고정관념과 편견이 생기게 되죠.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누군가 내게 찾아와 정보를 떠먹여주지 않습니다. 먼저 찾아가서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아무리 트렌드에 맞는다고해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이다. 예를들어 최근 핫한 테마인 전기차와 사물인터넷의 경우 트렌드는 맞지만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목한 트렌드는 ‘중국 소비’와 ‘건자재’다. 탄탄한 실적이 충분히 뒷받침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 회복과 리모델링 수혜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자재 관련주는 앞으로 더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장주인 KCC(002380), LG하우시스(108670) 등을 비롯해 관련주들의 주가는 이미 한 차례 큰 랠리를 펼쳤다. ‘지금 주가가 너무 모르지 않았냐’는 지적에 원 대표는 “이제 겨우 랠리가 시작된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은 더 남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오리온(001800)의 경우 4년간 6배가 올랐다. 건자재 테마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낙폭과대 보다는 신고가를 선호합니다. 정유 금융 등 업황이 안 좋은 섹터들이 쉽게 회복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주가 지수로 투자 타이밍 잡지 마라
그는 아침 9시 개장 후 오후 3시 장이 끝날 때까지 6개의 모니터를 보며 일임 계좌 매매에 집중한다.
“고객 중에 갑작스런 사망으로 매매를 전혀 하지 못하는 계좌가 있습니다. 연초 대비 수익률이 15%에 정도입니다. 제가 직접 매매를 한 계좌 수익률 18%에 비해 3% 포인트 낮은 거죠. 수익률이 높다면 묻어두는 투자를 하겠지만, 매매를 하는 것의 수익률이 더 높습니다.”
원 대표는 운용 자금이 3000억원 이상을 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 최소 일임 투자금을 높인 것도 투자자가 늘면서 일일이 관리하기가 힘들어져서다.
원 대표는 “향후 주가 전망은 무의미하다”며 “지수를 보고 투자 타이밍을 잡는 것은 어리석다”고 강조했다.
“투자 일임을 고려하는 사람들 중에서 코스피가 1950선이면 들어가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2000선을 왔다갔다하는 현재 지수가 높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투자 타이밍을 잡는데 주가 지수라는 것은 전혀 무의미 합니다.”
그는 어차피 코스피는 박스권을 횡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더 좋아지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결국 코스피는 1950선에서 2100선을 횡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지수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