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몇년째 낮은 수익률에 변화가 없다거나 지속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면 ‘버림받은 펀드’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설정기간이 5년 이상된 이른바 ‘아저씨 펀드’는 떠오르는 샛별 ‘신생펀드’로 갈아타는 게 좋다.
펀드 가입도 타이밍이다. 적립식 펀드를 예로 들면 분기별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펀드매니저의 성과는 분기별로 평가하기 때문에 그 상승분만큼 펀드매니저의 연봉도 오른다. 이것저것 신경쓰지 힘들다면 연초에 목돈을 넣은 것도 방법이다. 한해동안 수익률 또한 펀드매니저의 연봉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주 ‘직구토크’ 주제는 시장상황에 맞는 ‘한국형 자산 리모델링’이다. ‘아저씨 펀드’ 교체 같은 펀드 리밸러싱은 전체 자산 리모델링의 일부분일 뿐이다.
한국형 자산 리모델링은 국내 상황에 따라 보유한 자산의 종류와 비중을 적절히 조정하는 작업이다.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특정자산에 치우친 자산을 적극적으로 조정해 수익률을 극대화 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선 먼저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종류와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날 토크에는 떠오르는 신생 투자자문사인 라임투자자문의 원종준 대표와 최근 한국형 자산 리모델링의 방법론을 제시한 ‘리셋’을 출판한 황중권 리셋파트너스 대표가 참석했다. 18일 서울 소공동 이데일리 본사에 모인 이들은 “지금까지의 자산 리모델링은 잘못 됐다”며 “한국 상황에 맞는 한국형 자산 리모델링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월세 안 나오는’ 부동산 비중, 전체 자산의 50% 미만으로 축소하라
▶성선화 기자(이하 성)=개인적으로 재테크 정보가 많다보니 이것저것 좋다는 상품은 다 해보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정리가 안 되고 중구난방이다. 최근들어 금융상품 가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라는 생각이 든다.
▶황중권 리셋파트너스 대표(이하 황)=대부분 사람들이 펀드를 일반 예금이나 적금처럼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매달 적립식으로 가입하고 나면 그냥 잊고 지낸다.
하지만 펀드와 예적금 상품은 기본적으로 아예 다른 금융상품이다. 예적금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처음 가입한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펀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자산’이다. 투자 원금을 잃지 않도록 투자자의 끊임 없는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성=하지만 보유한 자산을 ‘어떤 잣대’로 분류해 ‘어떻게 관리’를 해야할지 참 막연하다. 특히 부동산 자산이라도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이라면 금융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황=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은 전통적 의미의 부동산과는 거리가 멀다. 굳이 분류를 한다면 배당을 받는 회사채 정도의 금융자산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한국형 자산관리의 시작은 ‘현금이 창출되지 않는’ 부동산 자산의 비중을 축소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단순히 개별 상품 위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선진국의 경우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50% 내외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70~80%에 달한다. 여기서 말하는 부동산이란 월세가 나오지 않은 부동산이다. 쉽게말해 살고 있는 집 한 채라든지,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한 부동산 등이 되겠다. 앞으로 이같은 부동산의 비중은 전체 자산의 50% 수준으로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성=향후 시장 전망을 볼때 부동산 자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정확히 부동산 자산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도 애매하다. 만약 4억원 짜리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이 대출이 2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때 부동산 자산은 부채를 포함한 4억원인가, 아니면 순수한 투자금인 2억원인가.
▶원=보다 정확하게 계산을 하려면 부채를 뺀 2억원으로 기준으로 잡은 것이 맞다. 예를들어 보유 부동산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을 때 4억원 중 2억원이 빚이고 이를 갚고 있지 않다면, 부동산 자산 2억원의 기준으로 자산 리모델링을 시작해야 한다. 이럴 경우 적어도 8000만~9000원 정도는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최대 2000만원 정도를 현금으로 보유해야 하는 게 좋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부동산 자산이 2억원이라도 금융자산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주식·채권 외에 신종상품 조합해 ‘중위험·중수익’을 확보하라
▶원=일반 투자자들은 자산배분을 어렵게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쉬운 개념이다. 서로 상관성이 낮은 자산 예를들어 주식과 채권을 혼합해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대표적 자산배분형 상품이 채권혼합형 펀드다.
▶성=기존의 방식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원=기존의 방식은 채권과 주식을 다르게 편입해 시장금리 이상이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이었다.하지만 한국형은 좀더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
▶성=한국형 자산배분이 조금더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뭔가.
▶황=한국형 자산배분 전략은 ‘멀티전략’이 최적이다. 새롭게 출시되는 중위험중수익 전략, 핵심전략, 수익률방어 전략을 혼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핵심전략은 가치주 펀드나 직접투자로 구성하는 게 좋다. 중위험중수익 전략은 새롭게 출시되는 헤지펀드 상품을 의미한다. 그리고 수익률방어 전략은 시스템 매매를 말한다.
▶성=대부분 어떤 식으로자산 배분을 하고 있나.
▶황=대부분 투자자는 주식형 펀드와 현금 또는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과 현금으로 돼 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자산배분이 되어 있지 않은 구조다. 모두 다 원금 보장에 약간의 수익을 원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자산시장이 성장하더라도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다. 자산배분을 하는 이유는 작은 위험에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무위험에 금리 이상의 수익을 찾고자 하는 전략과 큰 차이가 있다.
▶성=최근 재테크 트렌드는 중위험·중수익이다. 그러다보니 안전지향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원=핵심 전략은 저가 매수를 활용하는 것으로, 연간으로 보면 예상 수익이나 손실 폭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에 심각한 위기가 오게 되면 자산가격에도 똑같은 타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수익률 방어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성=수익률 방어전략이란 시장 폭락에도 어느 정도까지 위험을 방어한다는 의미인가.
▶황=그렇다. 시장 폭락에도 수익률 폭락을 막아내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시스템 매매 전략이다. 실제로 기계적인 시스템이 아니고서는 하락의 추세를 투자자가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핵심 자산의 하락을 막아주고 그 이상의 수익률도 올릴 수 있는 전략이다.
▶성=최근 수익률에 따라 자동으로 분할 매수되는 시스템 트레이딩 방식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스마트 인베스팅 상품도 수익률 방어 전략 상품에 속할 수 있나.
▶황=물론이다. 인간의 감정을 배제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손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 하락을 막아줄 투자방법으로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성=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런 복잡한 자산배분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수익 안나는 ‘아저씨펀드’는 과감히 정리하라
▶성=한국형 자산 배분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 직접 투자를 하는 핵심 전략에 30%, 중위험중수익전략에 30%, 수익률방어전략에 30% 그리고 현금10%를 언급했다. 만약 금융자산이 1억원 미만인 사람들도 이런 자산배분이 유효한가.
▶원=초기 자본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단 초기 자금을 확대하기 위해서 일부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직접 투자는 꼭 필요한 시기다. 초기 자본금이 적을 때는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 보다 직접 투자가 훨씬 더 유리하다.
▶성=대부분 초기 자본금을 모으기 위해 펀드 투자를 한다.
▶황=펀드 투자시에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설정기간 5년이상, 설정 규모 1억원 이상된 ‘아저씨 펀드’는 과감히 정리를 하는 게 좋다. 이런 펀드들은 오래 들고 있어봤자 크게 수익률이 나아지지 않는다. 차라리 자산운용사에게 최근에 출시에 밀고 있는 신생 펀드로 갈아타는 편이 낫다.
▶성=펀드에 대한 판단 능력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이 신생 펀드 중에서 좋은 펀드를 고른다는 게 참 막막하다.
▶원=일반 투자자라도 이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 펀드닥터 등 정보 사이트에서 신생 펀드를 정보를 알 수 있고, 직접 자산운용사에 전화를 해 문의해도 된다. 특히 펀드 규모가 2000억~3000억원 내외인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정도 규모가 펀드 매니저의 입장에서 운용하기 가장 좋은 규모다.
▶성=그렇다면 현금 1억원이 넘는다면 어떤가.
▶황=현실적으로 자산배분에 대한 비율이 달라져야 한다. 좀더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 핵심자산에 50%, 나머진 롱숏펀드에 30%, 그리고 20%는 수익률 방어전략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아니면 5대 5로 전략 두 개를 선택해도 된다. 50%의 핵심자산은 본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도 무방하다.
▶성=지난해 말부터 롱숏펀드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수익률이 별로 좋지 않다. 롱숏펀드도 그냥 지나가는 유행이 아닐까 한다.
▶원=그건 제대로 된 롱숏펀드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투자자들도 제대로 된 ‘진짜 롱숏펀드’를 찾아야 한다. 솔직히 국내에는 무늬만 롱숏펀드인 펀드들도 많이 있다.
▶성=그렇다면 제대로 잘 운용하는 롱숏펀드를 고르기 위한 방법은 뭔가.
▶원=가장 중요한 것이 다양한 운용 전략이다. 일종의 감에 의존한 ‘손매매’로 운용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롱숏펀드의 운용적략은 다양한다. 페어 트레이딩,퀀트 트레이딩 등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운용전략이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종목을 선택할 때도 막연한 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운용사만의 고유한 ‘종목선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황=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과거 유명한 운용사 대표인가, 과거에 화려한 운용성과가 있나, 언론에 자주 노출 되었나 등을 보고 상품을 판단한다. 하지만 전문화된 투자 전문가과 자산운용사를 선별하는 것도 능력이다.
▶원=끝으로 좋은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것보다 ‘안 좋은’ 금융상품을 줄여가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