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적대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침체 늪에서 벗어나다

1분기 수도권 거래량 1년새 113%↑
불황 시달리던 용인·분당·일산·파주
거래량 늘고 마이너스 집값 상승세 전환
미분양 5개월 만에 1만가구↓
1~4월 아파트값 0.6% 상승
  • 등록 2014-05-14 오전 6:00:00

    수정 2014-05-14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동욱 강신우 기자] 대우건설은 지난해 7월 경기도 김포시에서 분양한 ‘김포 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 아파트 때문에 애를 먹었다. 2712가구에 이르는 대단지 아파트였지만 분양 당시 분양률은 30%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넉 달 동안 미분양 아파트 1900여가구가 팔려나갔다. 전체 물량의 70%가 올해 들어 주인을 찾은 것이다. 덕분에 계약률은 98%까지 치솟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택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인데다 전셋값까지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들이 대거 내집 마련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간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던 경기도 용인·분당·일산·파주 등 신도시는 물론 인천지역도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파트 거래량은 급증했고 시장을 짓누르던 미분양 물량은 빠르게 줄고 있다. 서울·수도권 집값도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거래량에 비해 집값 상승률은 낮은 편이다. 집을 사는 패턴이 투자 중심에서 실수요 위주로 바뀐 것이 이런 현상이 나타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침체 직격탄 맞던 신도시… 거래량 급증·집값 오름세

13일 정부가 운영하는 온나라부동산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7만71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6173건)보다 113% 늘었다. 정부가 거래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1분기 거래량으로는 가장 많다. 국책연구원 KDI는 이달 초 발표한 부동산시장 동향분석 보고서에서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지난 분기 강보합에서 올해 들어 강세로 전환됐다”며 “특히 경기 남부지역은 소형 평형 위주에서 점차 중·대형 평형까지, 역세권지역 위주의 거래에서 일반지역까지 매매 거래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중대형 아파트가 몰려 있어 시장 회복이 가장 더뎠던 용인의 경우 올해 1분기 거래된 아파트가 5303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3478건)보다 52% 급증했다. 2006년 이후 1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2006년(5947건) 이후 아파트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셈이다. 용인 수지구에선 지난해(778건)보다 184% 증가한 2246건이 거래됐다. 올해 들어 용인 수지구 아파트값(4월 기준)은 1.67% 올라 수도권에서 인천 중구(1.73%)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해 1분기 용인 아파트값은 0.9% 하락했다.

분당신도시는 올해 1분기 아파트 2246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1분기 717건보다 무려 213% 늘었다. 같은 기간 일산은 1907건→2667건, 김포 1013건→1492건, 파주 726건→1329건 등 경기 서북부지역까지 매수세가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도 크게 줄었다. 서울·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들어 꾸준히 줄어 3월 현재 2만6082가구다. 지난해 10월 3만6542가구였던 미분양 아파트가 5개월 만에 1만가구 넘게 줄어든 것이다. 최근 들어 주춤거리기는 하지만 집값도 상승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수도권 아파트값(1~4월)은 0.6% 올랐다. 인천 중구(1.73%)가 가장 많이 상승했고, 분당신도시(1.2%)와 서울 서초구(0.85%) 등도 많이 오른 축에 속했다.

분양시장도 살아나… 기존 시장은 최근 들어 관망세 짙어져

서울·수도권 분양시장도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4월 서울·수도권 1순위 청약자 수는 1만3733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502명)보다 150% 급증했다. 이미윤 부동산114 연구위원은 “치솟는 전셋값 부담에다 신규 공급 단지의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오다보니 실수요자들이 숨겨놨던 청약통장을 꺼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존 주택시장이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는 암울한 편이다. 거래는 늘었지만 과거 집값 상승기 때 나타난 거래 증가→호가 상승→추격 매수→집값 상승 등의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수요자들이 싼 집(급매물)만 찾아 거래에 나서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가 분석한 3월 수도권 주택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3억~4억원대 주택 거래 비중이 전년 대비 105% 급증했다. 집값과 전셋값 수준이 비슷한 주택의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것이다.

서울 반포동 미도1차 아파트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연초 급매물이 빠지고 호가가 많이 올랐지만 지금은 관망세가 강한 편”이라며 “실수요자들이 급매물만 찾다보니 가격 상승 체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과거처럼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올려도 실수요자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며 “집값이 당분간 강보합 수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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