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펀드는 직장인들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지름길로 통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재테크 서적의 이같은 ‘펀드 맹신’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펀드로 돈 번적이 없다’는 불신만 쌓여갔다.
하지만 과연 스스로 ‘제대로 된’ 펀드 투자를 했는지 의문을 제기해 봤다.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의 추천 상품을 ‘주체적 판단’ 없이 그냥 가입하진 않았는지, 현재 수익률만 보고 막연한 기대감에 선택하지 않았는지, 한번쯤 뒤집어 생각할 볼 일이다.
이번주 ‘재테크의 여왕’은 능동적이지 못했던 펀드 선택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펀드 상품이란 판매자(채널)의 권유와 판단에 의한 선택이 많았기 때문이다. 펀드 판매자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을 팔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낸다.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은 모든 것을 투자자의 판단에 맡기는 시스템이다. 특정 펀드가 괜찮다고 추천하는 창구 직원도 없고, 굳이 펀드에 가입할 필요도 없다. 펀드에 꼭 가입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찾아와 자신에게 필요한 펀드를 고르는 시스템이다.
시장에선 반신반의 했다. 과연 투자자 스스로 선택하는 펀드 슈퍼마켓이 잘 될까. 고객들의 반응은 “그렇다”가 우세하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지 일주일만에 무려 68억원 어치가 팔렸다. 업계에선 놀랍다는 반응이다. 펀드 슈퍼마켓으로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을 없을 수 있을지 직접 도전해 봤다.
①통장계설하기…우리은행vs우체국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에서 펀드를 가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장 계설이 필요하다. 펀드 슈퍼마켓 측은 시중 은행 한 곳만을 고려하다 전국적으로 지점망이 잘 갖춰진 우체국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에 우체국에서 계좌를 개설해봤다. 기존에 우체국 통장이 없다면 신규 계좌를 개설하면서 펀드 슈퍼마켓 계좌를 같이 개설하면 된다. 만약 기존에 통장이 있다면 펀드 슈퍼마켓 계좌만 추가 발급받으면 된다.
펀드 슈퍼마켓 계좌는 온라인 가상 계좌다. 온라인 주식 거래와 같은 개념이다. 일단 계좌 번호를 받으면 원하는 금액을 입금할 수 있다.
이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계좌번호를 헛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펀드 슈퍼마켓의 가상 계좌는 ‘200’으로 시작한다. 통장 개설시 여러 번호들이 통장에 찍히면 ‘20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펀드 슈퍼마켓의 전용 계좌임을 기억하면 된다.
하지만 타계좌에서 펀드 슈퍼마켓 계좌로 바로 이체는 되지 않는다. 먼저 개설 은행의 펀드 슈퍼마켓 계좌로 투자금을 이체한 뒤, ‘200’으로 시작하는 계좌로 다시 입금하면 ‘투자 총알’ 준비가 완료된 셈이다.
계좌를 개설했다면 펀드 슈퍼마켓 사이트에 접속해 온라인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기존 은행, 증권사의 인터넷 뱅킹 등록 시스템과 비슷하다.펀드 슈퍼마켓에서 접속하면 ‘회원가입’란이 나온다. 계좌가 없는 회원과 그렇지 않은 회원으로 구분하는데 계좌가 있어야만 투자 가능하다. 공인인증서는 펀드 슈퍼마켓에서 직접 새로 발급받을 수도 있고, 기존에 쓰던 타기관 인증서를 등록할 수도 있다.
다만 상품 가입이 가능한 시간은 정해져 있다. 주식형 펀드는 오후 3시 이전에 가입해야 그날 종가를 기준으로 투자가 결정된다. 만약 3시를 넘기면 이틀(D+2) 또는 사흘(D+3) 뒤 종가가 투자 시점의 기준이 된다. 기준 종가는 운용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무리 늦어도 오후 4시까지는 투자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는 은행 업무 시간과 동일하다
펀드 슈퍼마켓 계좌로 투자금을 이체했다면 직접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직접 원하는 상품을 검색수도 있지만 투자자의 판단을 돕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슈퍼마켓의 메인 화면은 6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펀드를 소개한다. 수익률상위펀드,판매상위펀드, 평가우수등급, 소득공제 장기펀드, 인덱스펀드, S클래스 펀드다.수익률상위펀드는 3년 동안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판매상위펀드는 기존 금융권에서 판매가 많은 펀드를 소개한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평가우수등급’이다. 이번에 펀드 슈퍼마켓에서 처음으로 새롭게 선보인 평가 기준이다. 기존의 정량적 평가 방식 이외에 ‘정성 평가’가 추가됐다.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에서 새롭게 개발한 지표다. 정성적 평가에는 펀드 매니저의 지속 기간 등이 포함된다. 펀드 매니저의 지속 기간은 펀드의 안정적 운영의 중요한 요소지만 지금까지는 투자자가 직접 운용사가 직접 확인해
펀드 슈퍼마켓은 또 상품을 A,B,C,E, S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A클래스는 선취 수수료가 있는 펀드다. 판매 보수가 조금 낮다. 만약 100만원을 넣을때 선취 수수료가 1%라면 1만원을 먼저 떼고 99만원이 납입된다. B클래스는 후취 수수료를 떼는 펀드다. C클래스는 선취와 후취 수수료가 없는 대신 운용 보수를 많이 가져가는 펀드다. E클래스는 온라인 전용 펀드를 의미한다.
S클래스 펀드는 슈퍼마켓 전용 상품이다. 이 상품은 다른 곳에서는 팔지 않는다. 기존 펀드 상품과 동일하게 운용된다 하더라도 수수료의 차이가 있기에 다른 창구에서 가입할 수 없는 상품들이다. 약 900여개에 달한다.
펀드 가입에 앞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간이투자설명서’다. 펀드 상품을 클릭하면 왼편에 간이투자설명서가 나온다. 투자 상품 선택을 위해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④소장펀드 가입하기
최근 근로소득자들의 소득공제 상품으로 선보인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도 펀드슈퍼마켓에서 가입할 수 있다. 소장펀드는 연봉 5000만원 이하의 근로 소득자들이 기존 소득공제 혜택과는 별도로 추가적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펀드 슈퍼마켓에서 소장펀드에 가입하면 은행이나 증권사가 떼어가던 판매 보수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일부에선 소장펀드의 소득공제 혜택이 매해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만약 1년간 600만원을 납입했다면 약 40만원 가까이를 환급받을 수 있다. 이는 매해 동일한 액수다.
이미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소장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추가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기존 소장펀드에 가입한 납부 금액을 낮춰야 한다. 소장펀드에 1년간 납입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600만원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밸류자산운용에서 출시한 소장펀드는 오프라인 창구와 수수료가 동일하다. 이는 운용사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⑤수수료 얼마나 저렴한가
펀드 슈퍼마켓의 하이라이트는 저렴한 수수료다. 현재 펀드 슈퍼마켓에서 판대 중인 상품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현재 리스트된 910개 펀드(S 클래스) 모두가 기존 판매사 펀드(C나 A 클래스)보다 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슈퍼마켓 전용 상품인 S클래스는 선취와 후취 판매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펀드온라인코리아 측은 “당초 후취 수수료는 떼려고 했으나 올해말까지 한시적으로 후취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판매사 온라인전용펀드(C-E)와 동일한 보수의 펀드는 6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S 클래스 펀드가 기존 판매사 펀드보다 저렴했다.